|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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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직무 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여론전’을 생략한 채 ‘강공’ 정면돌파 모드로 급격히 전환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가속페달을 밟는 데다 박용수 특별검사팀의 칼끝이 최측근들을 넘어 자신의 턱밑까지 겨누면서다. ‘넋 놓고 있다가는 조기탄핵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감이 팽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22일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소환해 배후로 박 대통령으로 지목, 사실관계를 캐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내달초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공언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의 칼날이 박 대통령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또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탄핵안에 기재된 박 대통령의 범죄행위 중 구체적인 죄명을 삭제하고 헌법위배 사항 위주로 재작성해 이번 주초 헌재에 제출하기로 했다. 헌재의 탄핵심판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여권 내부에서 헌재의 최종 결정이 2월말로 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대통령으로선 ‘더 밀리다가는 손도 못 쓰고 당할 것’이라는 우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 측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수정안 제출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수정안이 채택은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반박에 나설 것”이라고 봤다.
박 대통령 측이 전날(21일)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언론과 이를 이 언론사에 흘린 특검 관계자를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순실 게이트 발발 이후 박 대통령 측이 수사기관과 언론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선 건 처음이다. 박 대통령 측 황성욱 변호사는 “앞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허위보도를 일삼는 특정 세력은 더는 여론조작을 그만두고 언론도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해주기 바란다”며 강도 높은 대응을 시사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정면돌파를 선회하면서 기자회견 등 ‘여론전’은 스케쥴표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됐다. 애초 설 연휴 전 추가 대국민메시지를 발신할 것이라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참모들 사이에서 추가 기자간담회 개최를 검토했으나 대리인단은 장외 여론전보다 법률대응에 나서는 것이 낫다고 봤다”며 “박 대통령이 대리인단의 손을 들어준 셈”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은 여전히 그 필요성을 검토 중”이라며 “설 연휴 이후에 여는 방안은 아직 살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