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페이팔이 토스은행에 들어온다면

국내 혁신 O2O 키운 알토스벤처스, 토스뱅크에 지분투자
은행주, 일제히 하락
애그리게이터로 머물러선 안 돼
쿠팡, 카카오, 네이버라는 모델들
  • 등록 2019-04-07 오후 4:00:30

    수정 2019-04-13 오후 3:26:4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아마 토스 인터넷은행이 금융권을 뒤집어 놓을 거에요.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와 다르죠. 그래서 신한과도 헤어진 것으로 압니다.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핀테크 업체 페이팔과 함께 한다는 얘기가 파다해요.”

IT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이 모 대표는 ‘혁신’에 대해 말하다 ‘토스 인터넷 은행’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달 27일 토스뱅크라는 이름으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습니다. 한화투자증권,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한국전자인증, 뉴베리글로벌(베스틴글로벌), 그랩(무신사) 등 8개 주주사로 구성됐죠.

경쟁 컨소시엄이 키움뱅크가 하나은행, SK텔레콤, 11번가, SK증권, 롯데멤버스, 하나투어 등 국내 대기업들을 포함해 28개 주주사로 출발한 데 비해, 토스는 외국 자본과 혁신 기업을 끌어들인 게 눈에 띕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28일 서울 역삼동 토스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토스뱅크 구상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혁신 O2O 키운 알토스벤처스, 토스뱅크에 지분투자


이 대표는 “토스 은행은 신한금융지주 등과 손잡으려 했지만 토스가 그리는 중금리 대출 모델은 신한캐피탈이나 신한저축은행의 사업 영역을 갉아먹어 어차피 함께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보다는 해외 벤처캐피탈, 특히 알토스벤처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알토스가 페이팔(Paypal)을 설득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페이팔은 당장은 주주사로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마이리얼트립·쏘카 등 혁신적인 국내 O2O스타트업들이 토스뱅크의 후원 세력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팔은 지난해 12월 토스가 기존 투자사들로부터 8천만 달러(한화 약 900억)를 추가 투자 유치할 때 참여하기도 했죠.

우리나라에서 간편송금을 최초로 선보인 건 2015년 2월 토스이지만, 미국 기업 페이팔이 원조입니다. 토스가 간편송금으로 고객을 끌어모아 파트너사들로부터 투자·보험·카드 서비스 등에 대한 플랫폼 수수료를 받아 살듯이, 페이팔 역시 전자상거래 플랫폼 결제 회사를 도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은행주, 일제히 하락

토스뱅크에 거는 스타트업들의 기대감이 금융회사들에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는지, 실제로 토스의 인터넷은행 참전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주요 금융회사들 주가는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KB금융은 전거래일대비 1.69% 하락한 4만7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신한지주도 전일대비 1.64% 하락한 4만2050원에 거래를 끝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토스뱅크의 출현이 국민에게 좋은 점은 뭘까 하는 것입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사장은 “지금까지 시중에는 굉장히 많은 중금리 대출이 가능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한계가 있는 방식”이라며 “토스는 데이터 파워로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스는 하나의 금융 기관에서 시작한 게 아니어서 소비자들 모든 계좌와 카드를 등록해 사용 중인데, 본인이 동의하면 사용자에게 더 선명하게 더 저렴한 상품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 역시 “토스의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국내외 혁신 기업들의 노하우와 데이터들이 결합되면, 분명히 기존 금융사들과 다른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의 높은 이자에 시달렸던 국민들에게 7~8%대 중금리 대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하는데 페이팔과 손잡으면 뭐가 문제일까”라고 기대했습니다.

애그리게이터로 머물러선 안 돼..쿠팡, 카카오, 네이버라는 모델들

우리는 IT 기업들에 뭔가 다른 무엇을 기대하지만 정말 혁신적인 기업이 어디일까 떠올려 보면 많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이 애그리게이터(Aggregator)이거나 어느새 공룡이 돼 무거워진 대기업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기업들입니다.

애그리게이터란 하나의 앱에서 여러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모으거나 연결해 제공하는 기업들입니다.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연결(O2O) 기업들이 해당됩니다. 골리앗의 늦은 의사 결정과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자기잠식 효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성공한 기업들이라면 쿠팡과 토스를 꼽을 수 있죠.

중국 텐센트를 주요 주주로 끌어들여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국내 최대 지배적 사업자가 된 뒤 생활플랫폼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카카오나, 국내 최대 검색 강자에서 메신저 라인의 성공 이후 인공지능(AI)·클라우드 기술업체로 변신 중인 네이버 정도가 떠오릅니다.

바뀐 네이버 모바일앱
이 대표는 “쿠팡은 사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조 단위 마케팅 투자를 해서 신세계나 롯데 같은 국내 재벌 유통 기업들의 안방 시장을 뒤흔든 케이스”라면서 “대기업들은 몇백 억원 투자는 해도, 쿠팡처럼 조 단위로 전면적인 커머스 경쟁은 벌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네이버 역시 최근 모바일 첫 화면 개편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뺀 대신 네이버쇼핑을 전면에 배치하는 등 국내에서는 쇼핑과 페이시장에 올인하는 모양새입니다. 네이버의 커머스 시장 강화가 국내 소비자들과 소상공인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혜택을 줄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다만, 이들 기업들이 AI와 빅데이터 처리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단순 애그리게이터로 머물러선 산업화 시대에 덩치를 키운 대기업들과 경쟁해 이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누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이성은 물론 감성까지 이해하는 꼭 맞는 금융서비스나 커머스 상품을 내놓는가가 승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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