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각서' 쓴 은행들‥직장인 대출부터 손댔다

금감원에 올해 목표 제출…사실상 총량관리 돌입
한도축소 보다 금리만 올려…은행 주머니만 불려
소비자 대출조건만 악화‥"가수요만 자극" 지적
  • 등록 2020-09-27 오후 3:45:19

    수정 2020-09-27 오후 9:36:54

사진=뉴시스 제공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을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며칠 전보다 금리가 0.4~0.5%포인트는 높게 책정돼서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걱정에 서둘러 대출을 신청했다.

은행권이 본격적으로 신용대출 관리에 돌입했다. 주로 직장인 대출금리를 높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조건이 더 나빠지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가수요만 자극한다는 지적도 많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방침을 활용해 제 주머니만 불린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은행권 신용대출 증가 목표 제출‥사실상 총량관리 도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모든 은행은 지난 25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잔액 현황과 증가율 관리 목표 등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신용대출 속도 조절을 압박하면서 관리계획을 따로 내라고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연말까지 신용대출 증가율을 제출한 목표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형식은 자율 관리지만 당국이 일종의 총량관리에 돌입한 것이다.

은행권은 이미 신용대출 조이기에 돌입했다. 먼저 직장인 대출 금리부터 건드렸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 직장인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를 기존 연 2.01%에서 연 2.16%로 0.15%포인트 인상하며 신호탄을 쐈다. 추석 연휴 전후에는 이런 흐름에 속도가 붙는다. 국민은행도 29일부터 대출 금리를 0.1~0.1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우리은행도 다음 달 6일부터 주력 신용대출 상품인 ‘우리 주거래 직장인대출’의 최대 우대금리 폭을 연 0.4%포인트나 깎아 결과적으로 대출 금리를 연 0.4%포인트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은행들은 금리 인상과 한도 축소 안을 마련하고, 시행 시점과 구체적 조정 폭 등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이 제출한 목표가 실제 신용대출 속도를 줄일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대출 조건만 나빠질 판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이 의사나 변호사 같은 고소득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부터 축소하리라 예상했다. 대출을 줄이려면 한도를 축소하거나 금리를 올려 수요를 줄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자금 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나 서민에게 돈줄이 끊기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고소득자 대출부터 단계적으로 줄여갈 것으로 봐서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타깃은 일반 직장인 전체였다. 수요 조절 수단도 일단 한도 축소보다 금리에 집중된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국이 자율적으로 총량을 관리하라고 하면 수익에 민감한 은행은 이자부터 올리게 될 것”이라며 “잘못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런 방식의 규제가 대출 증가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이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동산과 자산시장이 들썩이는데다 저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수요를 조절하기 한계가 있다. 추석 자금과 다음 달 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 등을 앞두고 투자 수요도 여전하다는 게 은행권 안팎의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규제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자칫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만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리 대출 받아두자” 가수요 자극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하면서 신용대출을 빨리 받아두는 게 낫다는 인식마저 확산하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이 고강도 규제 방침을 밝힌 이달에도 5대 은행의 24일 현재 신용대출 잔액은 126조8863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말(124조3335억원)과 비교해 2조6116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 추세대로라면 9월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월간 최대였던 8월에 이어 역대 2위 수준이다.

기본적으로 대출 수요도 많고 규제가 강화하기 전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아두려는 가수요가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제출한 계획에 따라 대출속도 조절이 안되면 추가 대책도 시사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추가)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규제를 강화하는 게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장은 금리가 조금 올라가는 수준이지만, 아예 대출이 막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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