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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미국은 기준금리를 과연 몇 차례 올릴까. 최근 들어 금융시장이 3회 인상에서 4회 인상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주목된다.
당초 ‘많아야 4번’ ‘대세는 3번’ 전망이었는데, 이제는 시장 컨센서스 자체가 4번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인상 속도가 그만큼 가팔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요 IB 16개 중 9개, 美 4회 인상 전망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14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이번달 조사 대상 16개 투자은행(IB) 중 절반 이상인 9개사(전체의 56%)는 올해 연준이 4번 인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3번을 전망한 IB는 7개사였다. 4회 인상 예상이 3회보다 많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4번 인상(1.25~1.50%→2.25~2.50%)은 매우 빠른 속도라는 게 중론이다. 연준은 올해 총 8번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여는데, 그 중 절반은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3월·5월·6월·7월·9월·11월·12월 FOMC 회의를 개최한다.
한은 측은 “시장은 (오는 20~21일 열리는) 이번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이후의 인상 기대도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은 이번달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전망(점도표·dot plot)이 상향 조정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은 측은 “최근 연준의 경제 성장 및 인플레이션 전망이 이전보다 낙관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의회 증언과 마찬가지로 올해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칠 것”이라며 “최근 연준 인사들의 언급을 감안하면 점도표가 4회 인상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장에 충격을 덜 주기 위해 전략적인 차원에서 점도표상 3회 인상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건 기정사실화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때문에 당분간 한·미간 금리 역전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국은행은 미국 연준처럼 가파르게 인상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많아야 2번(1.5%→2.0%) 올릴 것이라는 게 시장의 견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현상은 10년7개월 만에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다.
◇“4회 인상 여전히 확신 어렵다” 지적도
다만 4회 인상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여전히 있다. 당장 간밤 공개된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2.2%를 각각 기록했다. 시장의 예상치에 딱 부합하는 수준이다. 가파른 인상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다소 잦아들었다.
미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내렸다.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0.40bp(1bp=0.01%포인트) 하락한 2.2580%에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도 2.34bp 내린 2.8447%에 장을 마쳤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물가 지표가 4회 인상을 뒷받침할 만한 수치는 아니었다”며 “이번달 FOMC 전까지는 시장에 관망세가 짙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