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 자금은 이번주부터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규모만 2008년 한미통화스와프 금액의 2배에 달하는 만큼, 정부는 달러 수급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안도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은 여전히 달러 비축을 위한 방안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외화 자금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외 영업점의 유동성 관리와 크레딧 라인 추가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크레딧 라인은 은행이 해외 금융사로부터 미리 정한 조건 내에서 수시로 자금을 빌려 쓰고 갚을 수 있는 일종의 비상 외화 공급원이다.
하나은행 역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예수금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최근 해외 금융사와 크레딧 라인을 맺고 12억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NH농협은행은 비상대책 TF를 꾸려 외화유동성 관리에 나섰고 KB국민은행 역시 외국인 자금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은행들은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은행들로서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이야 추가 확진자보다 완치자가 늘어나는 기조지만 유럽이나 미국의 상황을 보면 결국 글로벌시장의 안정은 좀 더 멀었다고 판단한다”면서 “은행으로선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기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규제완화 효과가 나타나고 은행들이 안심하려면 환율이 크게 튀지 않고, 안정된 수준에서 방어가 돼야 한다”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높이 사지만, 환시장은 우리보다 미국 시장 영향을 더 많이 받는 만큼 정책적 여유를 더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