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와 요석공주 사연 깃든 ‘작은 금강’

[한국의 숲, 한국의 명산] 경기도 동두천 소요산
  • 등록 2009-02-05 오후 4:13:00

    수정 2009-02-05 오후 4:13:00

[경향닷컴 제공] ‘경기 소금강’이라 불리는 소요산은 경기 동두천시와 포천시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높이는 587m로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원효폭포 등 폭포들과 암봉들이 줄을 지어 등반객을 반긴다.

소요산은 수려한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많은 전설과 명승지도 품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2006년부터 수도권 전철이 산 입구까지 운행되면서 사계절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명산이다.

소요산의 주봉은 의상대다. 등산 코스는 능선을 따라 하백운대~중백운대~상백운대~의상대~공주봉으로 이어진다. 초보자의 경우 능선을 종주하는 데 6시간 정도 걸린다.

소요산 입구에서 계곡을 따라 800m쯤 올라가면 층암절벽 사이로 쏟아지는 원효폭포를 만나게 된다. 원효대사가 폭포 오른쪽 석등에 앉아 고행수도를 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원효폭포 부근에는 향토유적 제8호이자 유서깊은 암자인 자재암이 자리하고 있다.

자재암은 신라 선덕여왕 14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이다. 화재로 소실돼 조선 고종 9년에 3개 건물로 복원됐다. 봉선사의 말사(末寺)인 자재암의 이름은 원효대사가 수행 도중 관음보살과 친견하고 자재무애(自在無碍)의 수행을 쌓았다고 해서 유래됐다.

사실 소요산에는 자재암 외에도 원효대굴, 공주봉 등 원효대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자재암을 지나면 하백운대가 나온다. 하백운대에서 중백운대까지는 가파른 암릉이라 오르기가 쉽지 않다. 중백운대에는 옥로봉, 관음봉, 이필봉 등 기묘한 봉우리들이 솟아 있다. 옥로봉 밑의 대암굴에는 약수터가 있다.

중백운대에서 상백운대로 이어지는 능선은 하백운대~중백운대 코스에 비해 완만하다. 하지만 이 코스에서 내려다 보는 조망은 수려하고 상쾌하다. 중백운대와 상백운대 사이 골짜기를 따라 내려가면 천연적으로 바위가 오목하게 생긴 선녀탕과 선녀폭포도 볼 수 있다.

옥로봉을 넘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금송굴이 있다. 금송굴은 임진왜란 때 김씨와 송씨가 피란해 이곳에서 생활했다고 해 붙여졌다. 굴 속에는 상하좌우로 좁게 뚫린 굴이 여러 개 있으며 구들장도 놓여 있다.

상백운대에서 골짜기를 따라 걸으면 자연석굴인 나한대를 지나 의상대를 맞는데, 이곳이 소요산의 주봉이다. 상백운대와 나한대 사이는 급경사여서 등산객들을 위한 쇠난간이 설치돼 있다. “소요산에 와서 의상대에 오르지 않으면 백미를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내려다보는 경치는 그림같다.

주봉에서 공주봉으로 가는 길은 암릉 코스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연이 깃들어 있는 공주봉의 남쪽은 깎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는 행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공주봉에서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흙길이어서 1시간 정도면 자재암 아래 폭포까지 내려올 수 있다.

소요산은 봄엔 진달래와 철쭉이 산을 수놓고, 여름에는 머루와 다래 덩굴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가을에는 단풍나무·떡갈나무 등 수십종의 활엽수가 단풍으로 물들고, 겨울에는 폭포기둥 등 설경이 일품이다. 특히 봄에 열리는 소요산 철쭉제는 전국적인 문화행사로 자리잡았다. 서울 수유리에서 소요산으로 가는 직행버스나 전철 1호선 의정부역에서 소요산행 전철을 이용하면 된다.

목행선 선생 묘역 등 인근 향토유적 볼 만

소요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부근에는 향토유적지가 많아 둘러볼 만하다.

동두천 상봉암동 자유수호평화박물관에는 보기 드문 사패지 경계석(賜牌地 境界石)이 보존돼 있다. 사패지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 공을 세운 신하에게 왕이 특별히 하사하는 토지. 이 사패지 경계석은 조선 초기의 무신인 어유소(魚有沼·1434∼1489) 장군이 성종과 함께 사냥을 하던 중 날아가는 솔개를 쏘아 맞혀 떨어뜨렸고, 이에 감탄한 성종이 어 장군에게 현재의 동두천시 일대를 사패지로 하사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윗 부분에는 한국전쟁 때 일부가 파손되는 등 탄흔이 남아 있다. 향토유적 제1호로 높이 140㎝, 폭 47∼50㎝이다.

지행동에 있는 조선 중기 문신인 목행선 선생(1609∼1661)의 묘역도 가볼 만하다. 호는 남간(南磵)이며 본관은 사천이다. 인조 8년(1630)에 진사가 되고 인조 11년(1633)에 식년문과(式年文科) 갑과에서 장원해 성균관 전적(典籍)과 예조·병조의 좌랑을 거쳐 인조 14년 병자호란 때는 경기도사를 역임했다.

탑동에 있는 향토유적 5호인 탑동석불. 높이가 130㎝로 고려시대 말기의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좌상(石佛坐像)이다. 일설에는 조선초 폐사된 대찰 회암사의 아홉 암자 중 한 암자가 있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마을 지명이 탑동인 것과도 관련이 있다. 연화문이 선명하게 조각돼 있는 석불좌상은 육계의 오도부분이 떨어져 나가 있는 등 심한 마모현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얼굴 부분은 온화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인근에는 조선시대 무인 어유소 장군의 사당도 있다. 본래 사당은 광암동 묘소 아래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 때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그러나 한국전쟁 당시 사당이 불에 타 목조건물로 신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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