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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中 신규 시설 투자 ‘촉각’
이날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올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중국 현지 상황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1~2개월 정도의 단기적 입국 금지는 피해를 최소화하며 경영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입국 금지가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현지 생산 시설의 장비 투입이나 긴급 인력 파견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과 쑤저우 가전 공장, 톈진 TV 공장 등 현지 생산시설을 가동하고 있지만, 입국 전면 금지에 따른 ‘당장의 피해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도 코로나19 초기부터 중국 출장을 금지하고 있어 단기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존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부분은 현지인과 주재원 등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 춘절 기간에 한국에 왔던 인력들은 다 돌아간 상태고 주재원도 복귀를 마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돌발 상황이 벌어져 긴급하게 출장을 가야할 때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 정부가 외교·경제·무역 등 일부 예외를 적용한다고 하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는 우시 2공장(C2F팹)은 장비 입고는 시장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입고될 예정이라 단기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그러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청주에 있는 M8 공장을 우시 신규 공장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입국 금지 조치로 장비 이동에 제약이 생길 경우 올 하반기로 예정된 완공 일정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내년 말까지로 예정된 장비 이설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올 1분기 내에 중국 광저우 8.5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공장의 양산 준비를 마치기 위해 지난 26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임직원 290명을 광저우로 파견한 상태다. 입국 금지 직전에 대규모 인력을 보내 급한 불은 껐지만 향후 금지 조치가 길어지면 공장 가동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인력들은 전세기를 타고 현지로 갔지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제시한 비자 신청이 가능한 경우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완성차 시장 악화 심화·배터리 추가 증설 지연 우려
완성차 및 중화학 업계 등도 코로나19에 따른 극심한 중국 현지 시장 판매 부진 속에서 이번 입국 금지 조치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월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맞으면서 중국 판매량이 1007대로 지난해 2월(3만 8017대) 대비 97.4% 급감했다. 같은 기간 기아차 역시 2만 2032대에서 972대로 95.6%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입국금지 조치가 길어져 인적교류가 차단되면, 현지 대응력이 떨어져 중국 시장 부진이 더욱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중국시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상하이-폭스바겐 판매·마케팅 총괄을 지낸 시앙동핑을 베이징현대 판매본부장으로 영입하는 중국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제조사들도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을 지켜보고 있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 배터리 공장을 두고 있으며 추가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 역시 “중국 난징 공장은 현지에서 공장 가동·운영이 가능해 입국제한 강황에 따른 큰 영향이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영업활동과 증설 작업 등이 지연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번 입국 금지에 대해 “출장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중국이 다른 국가보다 정상화되어가는 만큼 여기서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