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조원태, 경영권 방어하니 코로나 위기가 눈앞

27일 열린 주총서 찬성 56.7%로 연임 성공
대한항공, 위기 돌파 위해 임원 30~50% 급여 반납
직접 재정지원, 지급보증, 세금감면 등 정부 지원 시급
3자연합, 보유지분 높였지만 경영권 빼앗긴 어려워
  • 등록 2020-03-29 오후 4:57:22

    수정 2020-03-29 오후 4:57:22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전 세계 항공업계가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조 회장 역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003490)을 위기에서 구해야 할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면 경영권을 굳건히 지킬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급속히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조원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뼈 깎는 노력 병행”

29일 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한진칼(180640) 주주총회에서 출석 주주의 찬성 56.7%를 받으며 사내이사로 연임됐다.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말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KCGI, 반도건설과 손을 잡고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이하 3자연합)을 구성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지 3개월여만에 분쟁을 일단락지었다.

그렇다고 해서 조 회장이 샴페인을 터뜨릴 입장은 아니다.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대한항공이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당장 올 한해를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이같은 위기 상황을 고려한 듯 조 회장은 29일 주총 승리에 대해 주주와 임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극복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 저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 항공산업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19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전 임직원들과 함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내달부터 부사장급 이상의 경우 월 급여의 50%, 전무급은 40%, 상무급은 30%를 경영상태가 정상화될 때까지 반납하기로 했다.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조금 더 지속되면 직원들에 대한 무급휴직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재무구조개선 작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 회장은 “기존에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에 더해,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유휴자산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가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 27일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IATA, 文대통령에게 서신보내 항공산업 지원 촉구


하지만 그룹의 자구 노력만으론 지금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 세계의 주요 항공사들의 모임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현재의 위기는 9·11 테러,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며 항공산업 보호를 위한 신속한 재정적 지원을 촉구했다. IATA는 구체적으로 △수익·유동성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 △정부 또는 중앙은행의 회사채 발행 지급 보증 △각종 세금 감면 등을 제안했다.

조 회장 역시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는 단일 기업이나 산업군만의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자구 노력을 넘어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사 해임은 3분의 2이상 찬성 받아야..불가능

대한항공의 위기 극복은 곧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와도 직결돼 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3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꾸준히 한진칼의 주식을 사모아 보유지분을 42.13%까지 늘려 지금은 조 회장 측(40.14%)보다 오히려 1.99%포인트 높다.

그렇다고 당장 3자 연합이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법상 이사 해임은 특별결의사항으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기존 이사 해임 없이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선 최소 12명의 사내·외 이사를 선임시켜야 하는데 이 역시 실현이 쉽지 않은 방안이다. 따라서 조 회장의 경영실패 등 명확한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3자 연합이 경영권을 빼앗을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코로나19 위기를 넘지 못하고 대한항공이 망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3자 연합이 당분간 경영권을 가져갈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반대로 조 회장이 이번 위기를 잘 넘기고 대한항공을 안정화시키는 경영능력을 보여준다면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한진칼 지분현황으로 보유 지분은 3월 25일 금융감독원 공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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