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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는 정말 기다렸는데 나한테 고도는 안 오더라고.”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3에서 열린 ‘소극장 산울림과 함께 한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 전’ 리셉션. 건배사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배우 이순재가 “전시장을 아무리 둘러봐도 내 사진은 한 장도 없다”며 이같이 말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임영웅 대표의 연극에 출연한 적 없는 이순재가 이날 행사를 찾은 이유는 임영웅(86) 극단 산울림 대표와 그의 아내 오증자 여사와의 특별한 인연 때문. 임영웅 대표가 동아방송 PD로 있을 당시 라디오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있단다. 오증자 여사와는 서울대 동기 사이. 이순재는 “오증자 여사가 어느 날 임영웅 선생이 어떤 사람 같냐고 묻더니 2주 뒤 청첩장을 보내와 정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순재는 한국 연극의 한 역사를 쓴 임영웅 대표를 ‘영웅’이라고 불렀다. 그는 “임영웅 선생은 이해랑 선생 이후 한국 연극에서 큰 금자탑을 세운 이름 그대로 ‘영웅’이다”라며 “지금은 몸이 불편하지만 힘을 내서 극단 산울림의 60주년, 70주년도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영웅 대표가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을 개관한 뒤 선보인 여성 중심 연극으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손숙·윤석화도 자리해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윤석화는 “임영웅 선생님과는 10여 편의 공연을 함께 했는데 낮 공연과 저녁 공연 사이 지치는 시간에 손수 빈대떡을 부쳐주실 정도로 내게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며 “존경하고 사랑하는 임영웅 선생님의 전시를 개최하게 된 이 자리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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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대표는 이날 휠체어를 타고 나와 리셉션장을 찾은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오증자 여사를 비롯해 딸 임수진 소극장 산울림 극장장, 아들 임수현 극단 산울림 예술감독도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인사말을 전하러 나온 임수진 극장장은 “이번 전시는 연출가 임영웅과 극단 산울림의 50년의 역사를 모은 전시지만 그동안 함께 해준 모든 배우, 스태프, 관객이 함께 이뤄낸 한국 현대 연극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며 “1969년부터 모든 자료를 소중히 간직해주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연출가 임영웅 50년의 기록 전’은 극단 산울림이 50년간 선보인 연극 포스터와 프로그램북, 공연 사진 등 임영웅 대표와 극단 산울림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료 300여 점을 총망라해 선보이는 아카이브 전이다. 오는 25일까지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3에서 열리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극단 산울림의 50년 역사를 함께 한 배우 및 관계자들이 관객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도 오는 18일·26일·6월 1일 세 차례에 걸쳐 개최한다. ‘산울림의 고도, 50년 동안의 기다림’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 ‘산울림의 현재, 새로운 만남과 시도들’이라는 테마로 배우 박정자·손숙·윤석화·정동환·안석환, 임수진 극장장·임수현 예술감독 등이 함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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