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후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늦어지면 실명까지 이를 수 있는 ‘응급안질환’이 있다. 망막박리, 망막혈관폐쇄증, 급성폐쇄각녹내장이 그 예이다. 이들 질환은 소위 말하는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시력 보존에 제동이 생길 수 있어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면 빠른 시간 내에 안과병원을 찾아 안구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
‘망막박리’는 말 그대로 망막이 안구 내벽으로부터 떨어져 들뜨게 되는 상태다. 망막박리는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려운 안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망막의 주변부부터 박리가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눈에 검은 반점 같은 게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 나타난다면 망막박리를 의심해볼 수 있다. 시야에 플래시가 터지듯 번쩍이는 불빛이 보이는 ‘광시증’도 하나의 의심 신호다. 망막박리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이라면 앞의 두 증상보다는 커튼이 쳐진 듯 시야가 검게 일렁이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시야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는 망막이 들뜨며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시세포 기능이 점차 떨어지며 나타나는 증상이다.
◇망막혈관폐쇄증
망막혈관폐쇄증은 전 연령에서 발생 가능하나 고령층에서 특히 발생률이 높다. 혈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데다가,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등 혈관에 변화를 일으키는 만성질환들이 망막혈관폐쇄 위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증상은 비문증, 시력저하, 시야장애 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보통 한쪽 눈에 발생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이 질환은 어떤 혈관이 막혔느냐에 따라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나뉜다. 망막동맥폐쇄는 망막에 들어가는 혈액 공급이 막혀 유발된다. 망막 동맥은 매우 가늘어 작은 혈전에도 쉽게 막힐 우려가 있다. 혈관 내 불순물들이 망막혈관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해 발생하기도 한다. 혈전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으로 유발되며 혈관을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는 대체로 한쪽 눈에서 발생하는 양상을 보인다.
망막동맥폐쇄는 ‘응급질환’으로 분류돼 가능한 빠른 시간 내 망막 혈류를 복구하는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골든타임은 발병 후 2시간 이내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빛조차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혈전에 의한 혈관 막힘은 눈뿐만 아니라 다른 기관에서 생길 수 있는데, 때문에 뇌나 심장 등 혈관이상 확인을 위해 신경과나 내과의 전신 검사를 같이 권장한다.
망막정맥폐쇄증도 증상이 나타난 직후 빠른 시간 안에 병원에 방문해 손상된 눈 속 신경이 추가 손상되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망막 내 붓기를 빨리 가라앉히기 위한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대부분 급성으로 발병하는 녹내장으로, 눈의 앞쪽인 전방각의 방수 유출로가 갑자기 막히는 증상을 말한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나타나게 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구토, 눈 주위 통증, 충혈, 급격한 시력 손실을 동반하게 된다. 72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시신경이 손상돼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급성 폐쇄각 녹내장은 전체 녹내장 환자의 약 10%를 차지한다.
누네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이원석 원장은 “급성 폐쇄각 녹내장과 망막혈관폐쇄증, 망막박리 이 세 가지는 모두 응급 안질환으로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고 관리가 까다롭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하루 빨리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골든타임’ 확보가 관건이다. 또, 증상이 없더라도 눈 건강을 위해 6개월 혹은 1년에 한 번은 안과 정밀 검사를 꼭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