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사장의 性이야기]⑥여성전용 성인용품샵 찾는 변태들

  • 등록 2016-01-15 오전 11:08:28

    수정 2016-01-15 오전 11:08:28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근데, 여자들이 하기엔 좀 위험하지 않을까?”

우리가 성인용품점을 차린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태까지 섹스토이샵은 여성이 운영하긴커녕 구매자로 들어가기에도 두려울 정도로 음습한 곳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새빨간 ‘성인용품’이란 문구,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게 불투명 시트지로 발라놓은 유리창, 지하나 구석 자리 등 음습한 위치 등의 불안 요소가 그나마 여자들이 가지고 있던 섹스토이에 대한 호기심마저 달아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여자 둘이서 성적 만족을 위한 기기를 판매하겠다니, 이상한 사람들이 꼬일 게 뻔하지 않은가.

우리는 오히려 그래서 더더욱 여성들이 맘 편하게 갈 수 있는 섹스토이샵이 생기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곳은 여자가 가기엔 위험하다’라는 인식이 ‘여자가 자신의 성욕을 탐구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왔다. 세련되고 밝은 공간을 만들어 여성 스텝이 운영한다면 여태껏 성에 대해 소극적이었던 여성들이 이를 계기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었다.

패기있게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이런저런 걱정도 든 것도 사실이었다. 섹스토이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우리를 멋대로 재단하는 것은 무시하되, 신변에 따를 수도 있는 위험에 대해선 확실히 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가게 안팎을 구석구석 다 비출 수 있도록 CCTV를 여러 대 달고, 비상 버튼도 곳곳에 설치했다. 또 언제나 두 명 이상이 같이 마감을 하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이 우리에게 불쾌감을 주는 언행을 할 시 단호하게 판매를 거절하고, 때에 따라 법적 절차를 밟기로 마음먹었다. 쉽지 않은 길을 가며 자존감을 단단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창업 후 반년, 온·오프라인으로 참 다양한 고객들을 만났다. 여성들이 우리의 주 고객층인 탓일까, 온종일 섹스토이 구매 상담을 하고 섹스를 논하면서도 불편했던 경험이 다행히도 손에 꼽을 정도다. 그리고 대부분의 무례한 경우는 다 남성 손님과 소통하다가 겪은 일이다. 이런 일화들은 피식하고 가볍게 웃을 일에서 등 뒤에 식은땀 나는 경험까지 다양하다.

한번은 멜섭(Submissive Male, 피학대성 성욕을 가진 남성) 남성의 문의전화를 받았다. 수줍은 목소리로 자신의 ‘주인님’이 입을만한 의상이나 아이템을 찾던 이 청년은 이윽고 “플레져랩 매장에서 혹시 ‘펨돔(Dominant Female, 가학성 성욕을 가진 여성)을 연결해주거나 하진 않느냐”고 물었다. 그런 커뮤니티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자, 그렇다면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혹시 그런 기질이 있진 않은 지 물어봤다. 새려는 웃음을 참으며 “주인님 아닙니다,” 하며 전화를 끊었다. 다른 회사에선 ’주임님‘을 찾겠지만, 여기선 ’주인님‘을 찾는다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왔다.

그 다음 주 정도에 또 다른 사람이 문의를 해왔다. 전립선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는데 이후 계속 전립선 마사지를 할 기기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이 남성은 문자로 문의를 해왔는데, 그래서인지 질문의 뉘앙스를 바로 알아채기 어려웠다. 평범하게 제품추천과 응답 등 대화가 이어지다가 그는 물었다. “저 제가 항문 크기가 좀 걱정이 되어서요…” 여기서 감이 오려는 찰나, 이어지는 그의 문자, “죄송한데 제 항문 크기를 봐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번엔 폭소가 터졌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다. 아, 그가 진심으로 자기 항문 크기를 우려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주고 싶지만, 굳게 닫힌 엉덩이 사진을 보고 과연 우리가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가 자신의 신체를 우리한테 보여주고 쾌감을 느끼려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앞의 사례들은 ‘귀여운’ 정도지만, 식겁했던 일도 있었다. 한 남성이 집요하게 가게로 연락해온 일이 있었는데 말이 안 통해서 정말 곤혹스러웠다. 며칠간 계속 다른 사람인 척하면서 전화로, 카톡으로, 온라인 게시판으로 접근해왔지만 몇 마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같은 사람이었다. 구매 문의를 빙자해 우리에게 반응을 끌어내는 것을 즐거워하는 것 같아 심히 불쾌했다. 결국, 한번 더 연락하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최종 통보를 했는데, “아뿔사” 이 사람은 우리가 문자로 통보를 한 당일 저녁 합정역 매장으로 찾아왔다. 경비업체와 경찰이 달려왔고,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이제는 서너 마디만 나눠봐도 물건 구매가 목적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에 대한 느낌이 바로 온다. 어쩔 수 없이 방어적이 되는데, 해가 진 후 조금 미심쩍어 보이는 남자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면 맞이하는 동시에 휴대용 비상 버튼 쪽으로 손이 먼저 간다. 절대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우리의 일을 계속하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우리를 비틀린 성욕 충족의 엑스트라로 삼는, 남의 업(業)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마주치게 될 무뢰한들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성인용품을 파는 여성뿐 아니라 그 어떤 여성도 성희롱의 대상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상식이 될 때까지, 우리는 웃으면서 섹스토이를 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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