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은 "깊은 반성"…아베는 7년째 언급 안해

나루히토 일왕, 선대의 평화주의 노선 계승 뜻밝혀
역대 日총리, 반성·애도에도 아베, 추모자 日국민에 한정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 대신 공물 보내…"中배려"
  • 등록 2019-08-15 오후 5:18:57

    수정 2019-08-15 오후 5:24:56

15일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이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는 모습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나루히토 일왕(일본명 천황)이 일제가 일으켰던 태평양전쟁 패전 74년 기념행사인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깊은 반성”을 언급하며 선왕이 강조해왔던 평화주의 노선을 이어갈 뜻을 시사했다. 이날 추모식은 전후 세대인 나루히토 일왕의 지난 5월 즉위 후 처음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 치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추모식 기념사에서 “전후 오랜기간이 이어져 왔던 세월을 생각하고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을 통해 더이상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깊은 반성은 부친이었던 아키히토 전 일왕이 2015년부터 사용한 단어이다. 아사히 신문은 나루히토 일왕이 선왕의 말을 대부분 계승했다고 분석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전몰자를 추도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날을 맞았다”며 “소중한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유족을 생각하며 깊은 슬픔을 새롭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전 이후 74년간 여러 사람의 부단한 노력으로 오늘날 우리나라(일본)의 평화와 번영이 구축됐지만 많은 고난에 빠졌던 국민의 행보를 생각할 때 정말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뤄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기념사에서는 ‘반성’이나 일제의 침략전쟁으로 큰 고통을 겪은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시사하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그는 “전쟁의 참화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면서도 추모 대상을 전쟁 당시 희생당한 일본국민으로 한정했다.

아베 총리는 “이전 대전에서 300만여 동포의 생명이 끊어졌다”며 △조국의 장래를 걱정해 전쟁터에서 숨진 사람들 △종전 후 먼 타향땅에 있다가 돌아가신 분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투하·도쿄를 비롯해 각 도시에서의 폭격, 오키나와에서의 지상전 등에서 무참히 희생되신 분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와 번영은 전몰자 분들의 고귀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다”라며 “다시 한 번 충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 총리 이래 역대 총리는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책임 등을 고려해 ‘깊은 반성’이나 ‘애도의 뜻’을 써왔지만 아베 총리는 2차 집권을 한 이래 7년 내내 한 번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에 직접 참배하는 대신 개인 명의로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가 패전일에 공물을 보낸 것은 7년째다.

교도 통신은 아베 총리가 직접 참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중국과 한국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반대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참배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내년 봄 방일 앞두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직접 참배를 하진 이유에 대해 “총리가 개인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답변은 피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13년 12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비판을 받은 뒤에는 직접 이 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종전일과 봄과 가을의 춘·추계 예대제 때에 공물을 보내고 있다.

여야를 막론한 극우 의원들로 구성된 ‘다함께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50명은 이날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 부대신, 기우치 미노루 환경부 대신 등 정부 차관급 인사들이 집단 참배자에 포함됐다.

이외에도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고이즈미 신지로 중의원도 개별적으로 참배했다. 장관급 인사들은 이날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는 않았다.

야스쿠니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이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한 246만 6000여명이 합사돼 있다. 실제로 위패와 유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합사자 명부가 있다. 이곳에는 일제의 군인이나 군속으로 징용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2만 1181명도 합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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