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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선료 인하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사채권자들에게 채무조정안 동의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사채권자 집회 전인 30일이 용선료 인하 협상의 데드라인이 되는 셈이다. 이어서 다음달 2일에는 제3 해운동맹 가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석달간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용선료 인하 협상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채권단의 목표치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약 25% 수준의 인하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용선료 지출의 70% 가량을 차지했던 컨테이너선주 가운데 영국 조디악이 줄곧 용선료 인하에 반대하면서 협상 자체가 쉽지 않았지만 현대상선의 막판 총력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현대상선은 조디악으로부터 빌린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해 용선료를 깎는 대신 수익성을 보전해주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상선이 용선료를 20% 깎으면 컨테이너선 운항원가(2015년 기준)를 1400억원 절감하고, 30%를 인하하면 21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25% 인하로 확정되면 용선료 협상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과인 만큼 채권단이 수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현대상선은 이어서 31일과 내달 1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공모 회사채 채무 재조정에 성공해야 한다. 이틀간 5차례 열리는 현대상선의 사채권자 집회와 관련한 회사채 규모는 8043억원이다. 절반 이상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5년 만기로 바꾸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대상선은 사채권자 채무재조정까지 성사시키고 곧바로 6월 2일 제3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추가 편입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현대상선이 포함된 기존 G6 해운동맹 회원사들은 이날 서울에서 정례회의를 갖고 성수기인 3분기 운영방안 등을 논의한다. 내년 4월부터 출범하는 ‘디(THE) 얼라이언스’의 주축 멤버인 독일 하팍로이드, 일본 NYK 등이 모이는 만큼 현대상선은 이들과의 별도 만남을 통해 합류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은 지난 3월말 현대상선에 대한 조건부 자율협약을 개시하면서 자구안 이행뿐만 아니라 용선료 인하, 사채권 채무재조정,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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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 해운동맹 가입 등 고비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특히 해운 업황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어서 앞으로의 구조조정 과정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발틱 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에 따르면 지난주 초까지 올해 건화물선 운임지수(BDI) 평균은 451로 지난해 평균 718보다 낮고,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도 지난해 평균 724.2보다 감소한 527.1을 기록 중이다. 더욱이 업황이 좋아진다고 해도 캐시카우인 터미널과 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한 상태라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한편 현대상선과 같은 미션을 풀고 있는 한진해운(117930)은 최근 배가 억류되는 소동을 겪을 만큼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 용선료를 연체하는 바람에 해외 선주가 한진해운에 빌려줬던 벌크선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근 해역에서 억류했다가 사흘만에 풀어줬다. 용선료 지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에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외 선주와 협의 결과 먼저 억류된 선박 운항을 재개시키고 지불이 유예된 용선료 문제는 향후 추가 협의를 통해 해결해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진해운이 지난 13일 제3해운동맹 ‘디 얼라이언스’ 에 가입했고, 지난 19일 사채권자 집회에서 첫번째 채무조정에성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