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귀국 다음날 사장단 긴급 소집..사실상 비상경영 지시(종합)

5박 6일 출장 피로 가시기도 전에 사장단 회의 열어
"변화에 기민 대처 체재 마련..시장 이끌 역량 키워야"
출장 기간 핵심 소재 3개 품목 긴급 물량 확보한 것으로
다만 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 감지해 선제 대응 언급
  • 등록 2019-07-14 오후 4:54:27

    수정 2019-07-14 오후 4:54:2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주말인 지난 13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장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고 사실상 비상경영을 지시했다. 5박 6일간의 일본 출장에서 수출 규제 확대 움직임을 직접 감지하고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로 제한됐던 일본 수출 규제가 휴대폰과 TV, 가전 등 다른 사업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이 부회장이 사장단에 선제 대응방안 마련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귀국 다음날 긴급 사장단 회의..비상상황 대응 강조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인 13일 오후 수도권의 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디바이스솔루션(DS) 및 디스플레이 경영단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진교영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 결과를 사장단과 공유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수급현황과 사업 영향,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휴대폰과 TV, 가전 등 다른 사업 분야까지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단기 현황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며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은 기업이 비상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대비하는 경영기법”이라며 “이번 일본 출장에서 현지 수출기업부터 금융권 등 현지 재계 인사를 두루 만난 것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를 직접 느끼고 철저한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日수출 규제 확대 분위기 직접 느껴

앞서 지난 7일 일본으로 긴급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현지 도착 다음날인 지난 8일부터 규제 대상이 된 현지 소재 수출기업의 경영진을 만난 뒤 일본 재계 인사도 두루 면담하는 등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특히 그는 일본 메가뱅크(대형은행) 등 금융권 관계자까지 접촉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경우 2005년 은산분리 규제를 풀어 산업 자본이 은행을 소유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금융권 관계자 만남을 통해서도 일본 재계와 접촉하는 등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 기간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핵심 소재 3개의 긴급 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눈앞의 불은 끈 셈이다.

이들 3개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리지스트(PR), 고순도 불화수소(HF·에칭가스) 등이다. 이번에 추가로 확보한 소재 종류와 물량, 수급 경로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기존 재고량과 함께 당장 심각한 생산 차질은 막을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핵심 3개 소재와 관련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된 것은 맞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 성과라기보다는 그간 철저히 준비하면서 대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귀국 직후 연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경영을 강조한 것은 현지에서 만난 일본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 자국 정부가 한국을 대상으로 추가 규제를 확대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지난 12일 열린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간 양자협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달 24일까지 의견수렴을 걸쳐 오는 8월 22일께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이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모든 전략물자 품목에 대해 개별 수출허가가 필요해진다. 사실상 한국으로 수출하는 전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1100여개 수입 품목이 수급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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