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잠긴 대한민국, 술 줄이고 담배만 피웠다(종합)

주류 판매 일제히 감소..술 자제' 분위기 역력
저녁 약속 취소 잇따라..간단한 도시락 판매는 급증
여행상품 판매 감소..화투, 카드 매출도 줄어
답답한 마음에 애꿎은 담배만..담배 판매는 더 늘어
"노약자 경우엔 정신적 스트레스 주의 필요"
  • 등록 2014-04-21 오전 11:36:01

    수정 2014-04-21 오후 2:47:50

[이데일리 안승찬 천승현 기자] 술자리를 좋아하는 직장인 김성민씨(42세. 가명)는 저녁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집에 일찍 들어와 뉴스를 보고 아이들과 저녁 시간을 보낸다. “며칠 전 술자리에 갔는데, 도저히 흥이 나질 않더라구요. 평소 회식 때는 떠들썩하게 폭탄주를 마시곤 했는데, 왠지 미안한 생각도 들고...다들 비슷했는지 일찍 자리를 파하고 집에 들어왔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겼다. 실종자 가족들의 오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긴 한숨을 짓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집단적인 우울증 현상은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특히 술 소비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답답한 마음에 담배 소비는 더 늘어났다.

16일부터 20일까지 세븐일레븐 주요 상품의 전주대비 판매 증감률
21일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세월호 침몰 사고 시점인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의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 모든 주류 상품의 판매가 지난주에 비해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맥주 판매는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매출이 4% 감소로 돌아섰다. 소주는 2.4% 줄었고, 양주와 와인 판매는 9.6% 감소했다. 주류 판매가 줄면서 안주류의 판매도 3.8% 감소했다.

우울한 마음에 술자리를 취소하거나 일찍 귀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때울 수 있는 푸드 상품의 판매는 늘었다.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판매는 이 기간 동안 전주대비 10.7% 급증했다.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여행도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가 나타나자, 샴푸, 치약 등 소용량 여행용 상품 판매는 8.4% 감소했다. 위생접시, 종이컵 등 행락용품도 7.2% 줄었다. 화투, 카드 매출도 5.8% 감소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도 행사 취소가 이어지면서 세월호 사고(16일) 이전(9일~15일)보다 40%나 줄어 들었다.

이번 주말 화창한 날씨였지만, 실제로 지난 19일 서울대공원의 입장객수는 2만7703명으로 전주의 3만5457명보다 22% 감소했다. 평균 2만5000명의 관람객이 찾는 잠실롯데월드의 주말 입장객 수도 2만명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담배를 찾는 사람은 더 늘었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세븐일레븐의 담배 매출은 전주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워낙 국가적 재난이 일어났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흥이나 여행을 자제하는 등의 모습이 편의점 매출에도 직접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병철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침몰사고처럼 인명피해가 많고 구조작업이 오래 걸릴수록 국민이 받는 정신적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어린 아이나 노약자, 평소 성격이 예민한 사람은 사고 소식을 전하는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고로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공원을 산책하거나 독서를 하는 등 시선을 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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