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이 두려웠던 새내기 간호사… 사망 전 상사에 보낸 메시지엔

  • 등록 2021-11-22 오전 10:53:06

    수정 2021-11-22 오전 10:53:06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직한 23살 새내기 간호사가 입사 9개월여 만에 경기 의정부의 한 대학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직장 상사에게 병원 일을 그만두고 싶다 호소했지만, 거절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왼쪽),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 기숙사에서 지난 16일 오후 1시께 숨진 채 발견된 23세 간호사와 파트장의 대화 (사진=이미지투데이, 뉴스1)
21일 경기 의정부 을지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약 9개월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A(23)씨는 16일 오후 1시께 병원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 혐의점은 없었고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들은 A씨의 사망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업무를 익히는 과정에서 이른바 간호사 가혹행위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부터 매월 식대가 10만 원씩 제공됐는데도 식대를 다 못 쓸 정도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하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A씨의 급여지급명세서에는 4월~7월은 식대를 다 쓰지 못했고 8월~10월은 식대 사용 내역이 없었다. 유족은 A씨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느라 끼니를 제때 챙겨 먹지 못해 수개월 새 10㎏가량 체중이 줄었다고 했다.

심야근무와 휴일근무가 많아 추가근무수당이 입사 첫 달인 3월을 제외하고 5월부터 점차 늘었다. A씨의 담당 환자도 갈수록 늘어 그가 숨지기 전 담당한 환자 수는 23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직장 상사 B씨가 고인에게 ‘너의 차트는 가치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던져 모욕을 줬다”라며 “죽을 만치 열심히 일해도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시키니까 혼나고 주눅 들고 출근을 두려워했다”라고 언론에 전했다.

유족은 A씨가 이러한 어려움으로 퇴직을 요청했으나 직장 상사에게 이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숨지기 직전 직장 상사에게 “다음 달에 그만두고 싶은데 가능한가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사직은 60일 전에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유족은 A씨가 12월 초 그만두겠다는 의사 표현이 거부당하자 심한 좌절감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20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간호사 A씨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공정한 수사 진행을 위해 18일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자체 조사에 나선 데 이어 수사 의뢰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른바 ‘간호사 태움’이 사망 원인이라는 유가족 의혹을 해결하고 누구에게도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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