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4차 산업혁명은 '20세기 규제'과 싸우고 있다

  • 등록 2019-05-12 오후 5:18:05

    수정 2019-05-12 오후 5:18:05

코나투스의 ‘반반택시’ 서비스 실행화면 이미지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서울대입구역에서 서울대까지, 특히 캠퍼스 안에서도 넓다보니 거기 전철역에서 ‘택시비 나눠내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어디 오전에 면접보러 갈 때도 그런 경우 많다고 하고. 그래서 (승객의)자발적인 동승을 서비스 플랫폼으로 하겠다는 건데 제대로 심사조차 안 됐네요”

“택시 합승이 문제가 컸잖아요. 강력범죄도 나왔고… 승객들이 그런 요소들 때문에 택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겨서 지금 모빌리티 서비스 사례가 나온 측면도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 이걸 갑자기 풀어주기가 어렵죠”

과거 ‘경찰청 사람들’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 택시합승을 가장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많이 나왔다. 꼭 범죄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생판 모르는 타인과 택시를 같이 타고 간다는 건 꽤나 신경 쓰이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 합승은 기사가 일방적으로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택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요소로 지적됐고, 결국 법령으로 금지됐다.

그렇게 폐기된 합승이 지금은 모빌리티 혁신을 오히려 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재로 열린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회의에서는 코나투스가 신청한 ‘자발적 택시동승 중개 서비스’(반반택시)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민간위원과 정부위원간에 위와 같은 설전이 벌어진 끝에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서비스는 승객이 먼저 원하는 형태이고 기사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정부위원들 앞에 무력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은, 수십년전 20세기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 속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속속 등장하며 기존의 사회 체계와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기술·서비스를 임시로 허용해주거나 특례를 부여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만들었으나, 그럼에도 이마저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모빌리티는 물론 블록체인, 광고 장치 등 많은 신청안건이 지난 1월 접수를 시작한 이래 아직도 심의를 거치고 있거나 심의에 착수도 못한 상황이다. 당초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60일 이내 빠르게 가능한가 아닌가에 대한 답변을 드리겠다”고 제도 시작 당시 공언했지만, 벌써 넉 달이 지나가도록 20세기의 망령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상자(샌드박스) 안에서 아이들이 온갖 다양한 것을 자유롭게 만들던 것에서 유래해 다양한 신사업을 해보라는 취지였다. 그런데 지금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은, 무엇을 만들지 다 ‘검사 받아야’ 하는 모습이다. 애당초 사회적 합의를 만들 장치없이 성급하게 시작한 규제 샌드박스가 자칫 모래성으로 끝나지 않을 지 우려를 지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영민(앞줄 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3차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 회의를 주관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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