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협회가 구체적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김종오 전 대표가 두 달만에 물러난 것은 그가 아직 한창인 동양사태와 연관된 인물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989년 동양시멘트에 입사한 후 생산본부장과 삼척공장장 등을 거친 전형적인 엔지니어형 최고경영자(CEO)다.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법정관리인 역할도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 1월 검찰이 현재현 회장과 함께 김종오 전 대표를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법정관리인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제기됐다.
시멘트협회가 김 대표를 새 회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러한 논란이 한창 가열되던 2월이었다. 당시 언론이 시멘트 업계를 대표하는 회장 자리에 김 전 대표가 선임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시멘트협회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기소가 유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김 전 대표처럼 시멘트 업계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가 없는 만큼 신임 회장으로는 적임자라는 설명이었다.
시멘트협회장은 회원사인 각 시멘트사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시멘트협회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통상 시멘트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대표들이 회장을 맡기도 하지만 시멘트업종을 잘 이해하는 외부인사가 회장을 역임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김 전 대표가 현재 굳이 회장에서 서둘러 물러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협회의 설명대로 김 전대표의 유죄가 확정된 것도 아니고 동양시멘트 법정관리인 역할을 그만뒀다고 해서 회장 자격 요건에 미달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윤호 회장의 취임 소식을 전하는 보도자료에서 김 전 대표의 퇴임과 관련에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협회장 자리를 사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신상의 이유를 내세워 자리를 물러난 김 전 대표나, 서둘러 새 회장 선임에 나선 시멘트협회 이사회의 움직임에 곱지않은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