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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존 버코우 영국 하원의장이 18일 “같은 브렉시트 합의안으로 다시 투표할 수는 없다”며 제동을 걸었다. EU 정상들로부터 만장일치 동의를 내야 하는데 영국 내부에서 먼저 벽에 부딪힌 것이다. 공식적인 탈퇴날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버코우 의장은 기존과 조금이라도 다른 합의안을 상정해야만 투표해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두 번 상정됐던 것과 근본적으로 같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다시 제출하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같은 안건을 제출하는 건 1604년부터 이어진 오랜 관행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은 지난 1월 영국 하원 찬반 투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30표 격차로 부결됐다. 메이 총리는 이후 EU와 재협상을 벌여 안전장치(백스톱) 조항과 관련해 소폭 진전된 합의안을 지난주 의회에 올렸지만 149표차로 거듭 문턱을 넘지 못했다. 표차이도 1월 투표만큼은 아니지만 역대 4번째로 컸다.
영국 정치권은 결국 노딜 브렉시트마저 거부하고 브렉시트 일정을 연기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제는 3차 투표를 실시하기 위해 메이 총리가 정치권과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3차 투표 결과를 보고 통과시엔 6월30일까지, 부결시엔 더 길게 브렉시트를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브렉시트가 7월 이후로 넘어갈 경우 5월말 영국도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일부 EU 정상들은 유럽의회에 불어닥칠 포퓰리즘을 견제하기 위해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석하고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기하길 원하고 있다. 버코우 의장 개입으로 그러한 압박은 더욱 커질 것”면서 “이는 영국이 정말로 EU를 떠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을 불러오는 한편, 영국 정치권 내 셈법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