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전쟁’ 삼성-LG, 이번엔 ‘인증’ 놓고 신경전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차세대 TV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LG전자가 제품 성능 인증을 누가 먼저 받았느냐를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19일 미국의 인증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업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에 대해 화질 성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회사는 기존 액정표시장치(LCD)가 아닌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자체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국제가전쇼(CES)에서 OLED TV를 공개하긴 했으나 아직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에나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OLED TV를 출시하기도 전에 외부 기관으로부터 미리 성능을 인정받은 셈이다. 아울러 경쟁사인 LG전자가 OLED TV를 먼저 내놓고도 현재까지 인증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 제품이 LG TV보다 뛰어나다는 인상을 풍기게 됐다.

차세대 TV를 놓고 삼성과 LG전자는 물러서지 않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기술을 놓고 법정 다툼까지 하다 최근 소모적인 싸움을 중지하자며 휴전한 상태. OLED에 관한한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월 제품 양산을 위해 약 7063억원 규모의 신규투자를 발표했고 LG전자는 올 초 세계 최초로 OLED TV를 출시하는 등 삼성보다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시장선도를 강조하면서 최대 경쟁사인 삼성을 의식해 유독 TV 사업에선 과감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 TV 경쟁에서 만큼은 삼성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LG전자는 성능 인증면에서 삼성전자에 한발 뒤지면서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인증을 받는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믿으라는 의미인데 아직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 않은 제품이 미리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독특한 상황”이라며 “출시 전에 미리 인증을 받은 것은 조급함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OLED TV 경쟁에서 뒤지자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측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제품을 내놓기 전에 인증을 받는 사례는 많다”라며 “차세대 TV 화질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권위있는 외부 기관으로부터 제품 성능에 대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다 보니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LG전자는 최근 세계 최고의 가전제품 인증기관들로부터 TV 화질 인증을 경쟁적으로 받고 있다. 한 TV 업체 관계자는 “삼성과 LG가 글로벌 업체로 성장하면서 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마케팅을 하다보니 외부 기관을 통해 인증을 받으려는 경쟁이 부쩍 심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