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에 손실 안기는` 증권사 ELS 헤지에 제동 건다

대우증권 책임 인정 판결 이어 SK증권도 검찰 조사
"기초자산의 주가가 락인가격 근접하자 주식 매도" 의혹
기초자산 증권사가 보유하는 '델타헤지' 논란 더 커져
금감원 "델타헤지, 이해상충 우려 있다" 제재 가능성
  • 등록 2015-07-02 오전 10:41:45

    수정 2015-07-02 오후 2:32:1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증권사들의 주가연계증권(ELS) 헤지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증권사가 ELS 기초자산으로 삼은 종목을 잇따라 매도하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법적 공방도 늘어났다. 지난 5월 대법원이 KDB대우증권이 ELS 투자자 손실에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SK증권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SK증권에 대해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내용을 검찰에 통보했고 기록 검토를 마친 검찰이 관련 직원을 소환해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논란의 핵심은 증권사 ‘델타헤지’

대우증권처럼 SK증권도 ‘델타 헤지(Delta hedge)’가 문제였다. 파생상품인 ELS를 판매한 증권사는 손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헤지를 하는데 ELS 상품구조를 그대로 다른 회사에 팔아 넘기고 증권사는 수수료만 챙기는 방식으로 할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증권사가 직접 기초자산을 보유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을 쓸 수도 있는데, 후자를 델타 헤지라고 부른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가 올라서 증권사가 ELS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약속한 금리를 내주더라도 자신들이 보유한 종목의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손실이 상쇄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반적으로 델타헤지는 오히려 주가 하락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초자산으로 삼은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면 헤지를 위해서 보유한 기초자산 주식의 전체 값이 줄어들기 때문에 완벽한 위험 회피를 위해서는 기초자산을 추가로 매수하게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보유한 물량이 과도해지니 일부를 매도한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특정 가격(배리어)에 도달해서 이른바 ‘낙인(knock-in)’이 발생하게 되면 이미 손실이 확정되기 때문에 더이상 헤지 물량이 필요 없게 되고 따라서 모조리 보유 물량을 정리하게 되지만 그 가격에 도달하지 않으면 오히려 주가 변동성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주가 떨어지는데 SK증권은 왜 기초자산 팔았나

하지만 SK증권(001510)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SK증권은 지난해 2월28일 자신들이 판매했던 ELS 상품의 기초자산이던 포스코(005490) 주식을 하루동안 총 15만주를 매도했는데 당시에는 포스코 주가가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던 때였다. 물론 SK증권은 주가 하락에 따른 델타값 증가에 에 따라 상당히 많은 포스코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지만, 락인 가격이 가까워지자 포스코 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SK증권의 매도로 28만5000원이던 포스코 주가는 28만1500원까지 내려갔고 결국 기준가격의 60%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ELS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입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당시 15만주의 매도 물량은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할만한 물량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헤지 전략상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주가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델타 헤지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기초자산을 매수 매도하게 되지만 락인 가격에 근접하게 되는 순간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의혹에 대해 SK증권측은 “자체적인 헤지 프로그램에 따라 락인 가격이 거의 근접하게 되면 매도 신호가 나오게 되고, 그에 따라 주식을 판 것일 뿐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다”면서 “장중 분할 매도 방식이어서 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델타헤지, 이해상충 우려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델타 헤지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기초자산을 증권사가 직접 보유하는 델타 헤지의 경우 ELS를 판매한 증권사와 ELS에 투자한 투자자의 이해가 서로 상충하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투자자가 이익을 보면 증권사가 손실이 날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마디로 딱 잘라 얘기하기는 쉽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델타 헤지가 이해상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가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ELS를 판매한 증권사의 델타 헤지 관행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우증권 ELS 사건을 판결한 대법원 역시 ELS의 특성상 증권사가 불가피한 위험 관리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증권사와 투자자와 이해상충의 상황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이익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일부 ELS 상품을 고위험 상품이라고 규정하고 증권사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함영일 금감원 검사기획팀장은 “중대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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