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ELS 규제 유감(遺憾)

  • 등록 2015-08-30 오후 3:26:36

    수정 2015-08-30 오후 3:26:36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규제의 영어표현인 `regulation`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regula`는 잣대나 척도 또는 규칙을 뜻하는 것으로 규제란 하나의 기준이나 규칙을 세우는 일이다. 철폐의 대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규제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기준을 세우는 일은 기준선 안과 밖에 있는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어렵고도 신중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지난주 주가연계증권(ELS) 쏠림을 해소하겠다며 새로운 규제 대책을 꺼내놨다. 급증하고 있는 ELS 발행속도를 제어하고 특정 기초자산에 몰리는 편중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ELS 발행사인 금융투자사들의 자금 운용과 건전성을 문제삼겠다는 게 그 골자였다. 사실 ELS 급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동안 꾸준히 나오고 있었다. 저금리 시대에 갈 곳 없는 자금들이 몰려들었고 증권사와 은행은 고객들을 유치하느라 혈안이 됐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가 일상화됐지만 ELS가 마치 원금 손실 위험없이 높은 확정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인양 포장된 면도 있다. 과거 80~90%가 조기상환되던 상품이었던지라 만기 2~3년이 아닌 6개월짜리 상품인 양 착각되기도 했다. 이는 ELS를 대하는 투자자들 사이에 막연히 퍼져 있는 일종의 미신(迷信)과도 같은 얘기인 셈이다.

이런 점은 꾸준한 투자자 교육이나 금융회사들에 대한 지도로써 미리미리 대응했어야 할 성질의 일이었다. 금융투자회사나 협회는 물론이고 감독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낳은 결과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응은 한참이나 늦었다. 이미 ELS 시장은 제어가 힘들 정도로 커져 있었고 중간 정도의 위험에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인식은 이미 만연돼 있었다. 중국증시 폭락으로 중화권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녹인 구간에 근접했고 ELS 판매에 따른 국내 증권사들의 헤지 리스크도 위험수위에 도달한 상태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당국은 급하게 판매 제한이라는 옐로우카드를 빼들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곧 레드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들리는 얘기로는 그나마 금융감독원이 단박에 레드카드를 꺼내지 않은 것도 금융위원회의 만류 때문이었다고 한다. 카드를 꺼내들지 않고도 미리미리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를 주면서 축구경기를 이끄는 심판을 최고로 꼽는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당국의 스탠스는 어쩐지 매끄럽지 못한 인상이다.

금융사들의 영업행태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고 이처럼 심한 쏠림이 나타날 때까지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제어하지 못한 금융투자회사들의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나 금융당국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뒤늦게 투자자들을 바보로 만들어선 안된다. 이처럼 ELS에 막대한 시중자금이 몰리는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당국의 ELS 판매 제한 조치는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일이다. 저금리 시대에 상대적인 고금리 혜택을 주던 상품의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일이다.

또한 당국이 우리 금융산업 발전의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증권사야 ELS를 팔고 헤지할 방법이라도 있지만 개인들은 ‘설마 지수가 반토막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풋옵션 매도를 들고 가는 것과도 같은 ELS 매입 포지션을 쥐고 있지만, 파생상품 규제로 인해 그 리스크를 헤지할 뾰족한 수단도 거의 가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준을 세운다는 명분으로 현명한 투자자와 신상품 개발에 매진해야할 금융사들을 기준선 밖으로 내몰아선 안된다. 투자자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동시에 리스크를 덜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해도 모자랄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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