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영화 '컨택트'의 소통법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 부장
  • 등록 2017-03-27 오전 9:59:30

    수정 2017-03-27 오후 1:03:17

[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 부장] “친구 만나는 시간에 공부나 해라.” “평생 함께할 친구란 말이야.” 아비와 아들의 표현은 다르다. 존중의 욕구든, 소속의 욕구든 결국 자아실현을 향해 나아감에도 대화는 통하지 않는다. “아니, 뭐가?” “뭐 때문에 화가 났는지 알아?” 남자와 여자의 기준은 다르다. 상황이든, 감정이든 앞으로 사랑을 향한 다툼임에도 대화는 끊기고 만다.

5월9일 장미 대선을 앞둔 지금, 소통의 힘을 절감한다. 당마다 당원, 나아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정책과 비전 대결이어야 할 당내 경선은 결국 네거티브 공방으로 변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럴싸하게 가짜뉴스라고 포장된 유언비어로 공격만 퍼붓는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컨택트’에서 그 답을 찾아본다. 줄거리는 이렇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 곳곳에 조개껍데기 모양의 우주선 12척이 나타난다. 외계인이라면 인간을 납치해 실험이라도 할만하지만 공격은커녕 인사도 없다.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아담스)는 이론 물리학자(제레미 레너)와 함께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우주선 안에 들어간다. 왜 왔느냐는 질문에 속시원하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외계인은 처음도 끝도 헷갈리는 원 모양의 글자만 보여준다. 어느 순간 루이스는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는 외계인의 표의문자가 뜻하는 시공간의 의미를 알게 된다.

관객은 영화의 종반이 돼서야 무릎을 치게 된다. 영화의 진행 기간 내내 루이스의 기억으로 표현된 장면들이 과거인지 미래인지 깨닫게 된다. 그 순간 시간 흐름에 따라 선형적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언어를 벗어나 과거현재미래를 동시에 인식한 외계인의 언어 체계를 이해하게 된다. 한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동이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문법적 체계와 관련이 있다는 ‘사피어 워프 가설’이 영화에 녹여져 있다. 생각의 표현도 다르고 방식도 다르니 인간과 외계인의 대화 자체가 그토록 어려웠던 게다. 루이스는 끝내 시공간을 아우르는 동시적 사고를 하게 된다.

세상살이도 이와 같다. ‘컨택트’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대선 주자와 국민, 하다못해 부장과 부원의 생각 방식도 그와 같지 않을까. 세상을 이해하는 출발 자체가 다르니 서로의 말의 내용이나 방식이 다르다. 서로 이해 못하니 ‘컨택트’의 한 장면처럼 불안감에 서로 먼저 공격을 하려 한다.

촛불과 태극기로 표출된 민심과 정치인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괴리가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의 욕망과 국민의 열망이 출발선조차 다른 탓이다. 정의실현, 경제발전, 국가안정 등 대선 주자가 내놓는 각오가 말의 성찬으로만 민심에 다가오는 이유다.

역지사지 (易地思之)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자. 권위에 따라, 성별에 따라, 직위에 따라, 책임의 정도에 따라 생각의 내용과 방식이 다른 법이다. ‘컨택트’의 루이스는 과거·현재·미래를 인식하는 사고의 변화를 맞는 순간, 짧은 행복 후에 다가올 긴 슬픔을 받아들인다. 영화 초반 “처음과 끝은 나에게 더이상 무의미하다”고 말하던 루이스는 종반 ‘끝과 시작은 하나’라는 생각에 도달한다. 예정된 끝을 알면서도 시작한다는 말이다. 또 소통의 본질은 서로에 대한 주장보다는 이해를, 성공적 결과보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진리를 관객에게 건넨다. 자신이 쓰는 언어로만 생각하는 부자도, 남녀도, 상사와 직원도, 정치인과 국민조차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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