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열풍 이긴 LG 칠러, 19년 베테랑의 손길로 '1등 브랜드' 만든다

  • 등록 2017-06-28 오전 10:00:02

    수정 2017-06-28 오전 10:00:02

[평택=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7㎏/㎠라는 높은 압력을 견디려면 아주 세밀한 가공이 필요합니다. 숙련된 인력이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평균 재직기간이 19년에 달하는 전문가들이 작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 진위2일반산업단지 내 LG전자(066570) 공장에서는 대형 건물이나 사업장의 냉·난방을 책임지는 ‘칠러(Chiller)’ 제품을 연간 1000대씩 만들고 있다. 축구장 21개 면적(14만8000㎡)의 대지 위에 들어선 이 공장은 마치 중공업 분야의 공장을 연상케한다.

LG전자의 칠러 제품은 스타필드 하남, LG디스플레이(034220) 파주공장,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 등 국내 대형 복합건물은 물론 필리핀 세부 SM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원자력발전소, 사우디아라비아의 쿠라야 복합화력발전소 등에 공급돼있다. 특히 중동 최대 규모의 화력발전소인 쿠라야 발전소의 경우 사막 한가운데서 맞이하는 사막의 열풍을 이겨내고 냉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LG전자 관계자들은 강조했다.

시장조사업체 BSRI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칠러시장은 140억달러 규모로, 청소기 전체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주로 미국계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던 곳이었다. LG전자는 칠러사업으로 지난해 38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앞으로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경기도 평택 진위2산업단지 내 LG전자 칠러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칠러 제품 제작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평균 근속연수가 19년인 베테랑들로, 연간 1000대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LG전자 제공

◇“중동 최대 화력발전소 냉·난방도 우리 기술로”

칠러는 쉽게 말해 지하의 기계실에서 ‘찬물(냉수)’을 만든 뒤에 이를 내보내 냉각시키고, 냉각 후 더워진 물은 옥상의 냉각탑을 통해 배출하는 냉방기기다. 이를 역으로 바꾸면 온수를 만들어 난방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주로 대형 쇼핑몰이나 공장 등 단일 건물에 대한 전체적인 냉·난방을 동시에 조절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LG전자가 칠러사업에 뛰어든 건 2011년이다. 그동안 LS엠트론이 해오던 사업을 양도받았고, 지난해 11월 생산기술연구원(PRI)이 위치한 평택으로 사업장을 이전했다. 전북 완주 LS엠트론 공장에서의 더부살이를 마치고 약 140㎞ 떨어진 현 위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모든 근로자가 한 명도 빠짐없이 함께 옮겨왔다. 정칠희 수석연구위원(부사장급)은 “칠러 사업이 처음 시작된게 약 20년 전(LS엠트론 시절 포함)인데, 2011년 LG전자 소속이 된 이후 LG전자의 컴프레서 기술을 활용하며 시너지 효과가 났고 지난 5년간 엄청난 노력을 통해 품질이 굉장히 향상됐다”고 말했다. 사업 초기만 해도 미국 업체와의 격차가 커 사업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LG전자 소속이 된 이후 LG전자의 에어컨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났다는 설명이다.

LG전자 입장에서도 공조기 분야에서 가정용부터 산업용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해 기존 시스템 에어컨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영업을 더욱 확대할 수 있었다. 이상민 LG전자 에어솔루션 B2B해외영업담당 상무는 “칠러 시장은 특정 고객사가 특정 제품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LG전자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국내 건설사와 함께 손을 잡고 중동지역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추가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직계열화 완성-서비스 강화로 ‘1등 브랜드’ 키운다

LG전자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위해 베어링과 로봇 용접 등을 직접 개발해 적용했다. 베어링의 경우 자석의 성질을 이용하는 마그네틱 베어링을 독자 개발해 올해 출시 제품부터 적용하고 있다. 자기부상 원리를 이용, 머리카락 굵기보다 가는 30㎛(마이크로미터) 차이로 부품이 작동하면서 마모가 일어나지 않아 사용연한이 건물연한과 거의 비슷하게 이어진다. 로봇 용접의 경우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PRI)이 에어솔루션사업부와 1년간 협업한 끝에 칠러 제조공정에 특화된 기술을 개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한 원격제어 지원과 세계 70곳에 위치한 교육기관에서 양성한 전문 서비스 인력을 바탕으로 유지보수 경쟁력도 높여나간다. 이를 통해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입지를 다지며 전체의 기업간 거래(B2B) 사업의 비중을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박영수 LG전자 칠러사업담당 상무는 “LG전자는 국내 유일의 종합 에어 솔루션을 갖고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개발과 투자를 계속해 긴 호흡을 갖고 세계적인 수준의 제품을 개발해 ‘1등 칠러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생산기술연구원(PRI)과 에어솔루션사업부는 1년간 협업을 거쳐 칠러 공정에 특화된 로봇 자동용접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한 작업자가 로봇 자동용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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