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24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정조준하면서 낸 논평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정무수석 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은 부부싸움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주장한 뒤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민주당이 적폐청산 대상으로 겨냥한 이명박 전(前)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등 앞선 정권의 수장에 대한 공방이 오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본질은 대통령 개인이 아닌 정권교체 뒤 양 진영 간 기 싸움과 주도권 다툼에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與·친盧 “정진석, MB 문제 물타기…법적 단죄 받아야”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연일 정 의원에 융단폭격을 가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라 불리는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전날(23일) 정 의원을 향해 “MB 정부 국정원의 불법적 대선개입과 민간인사찰 문제를 물타기 하고 싶으신 것 같다”며 “우리 국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허위 사실로 고인과 유족을 욕보이셨으면 그에 따른 응분의 법적 책임을 지시면 된다”며 “사과도 요구하지 않겠다. 그 시간에 법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준비 열심히 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정진석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에 대해 쏟아낸 망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정상적 사고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서는 안 될 잘못을 덮기 위해 추악한 거짓과 왜곡으로 고인과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일이 계속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국당 “盧 대통령 뇌물 재수사”…진영대립 프레임으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과거회귀·구태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나서면서 논란 대열에 동참했다. 두 당은 정 의원 발언을 야기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내가 아는 최대의 정치 보복은 이명박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했던 것”이라는 주장 역시 경솔하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같은 갑론을박에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가족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발언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지만 친이(친 이명박)계 보다는 친박(친 박근혜)계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에 정 의원의 발언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비호가 아닌, 민주당의 ‘적폐청산’을 통한 정치보복 기조에 한국당이 반격을 가하고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당은 논란이 불거진 뒤 그동안 자제해 오던 노 전 대통령 뇌물 혐의에 대한 재수사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 언급하고 나섰다.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기조를 ‘진영대립’ 논리로 엮으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의 정당성을 얻겠다는 전략이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진영 대립 양상으로 비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며 “한국당이 노 전 대통령 서거를 폄훼하기 위해 자꾸 그러한 논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백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고소와 고발은 정확한 범죄 행위에 대한 것”이라며 “밝혀진 것에 대한 정당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을 똑같이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