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날 메이비(Maybe)로 부르지 말아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완전히 떠나겠다는 소위 ‘하드 브렉시트’를 공식 선언한 다음 날인 18일(현지시간) 영국 신문 메트로의 1면 헤드라인이다. 메이 총리는 그동안 브렉시트에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는 이유로 그녀의 이름을 딴 ‘메이비’라는 별칭과 함께 조롱을 받아 왔다. 하지만 브렉시트 공식 선언 이후 확실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첫 걸음은 유럽 이외 국가들과의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다.
英, 美·호주와 FTA 협상 ‘잰걸음’
영국은 미국과도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한다. 메이 총리는 다음 달로 예정돼 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이달 27일 앞당겼다. 영국은 브렉시트 공식 선언 이전부터 미국과의 협정 체결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 왔다. 메이 총리는 전날 FT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영국 간 무역협상을 조기에 진전시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공식 (영미) 통상협정에 서명하기 이전에라도 영역들을 살펴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지금 있는 무역 장벽들을 살펴 일부를 제거해 새로운 통상관계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솔직한 대화가 미국과의 ‘매우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외국인 투자 등과 관련해 취해왔던 강경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내다봤다. 앞서 지난 4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불리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기존 입장을 뒤집고 새로운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알려졌으나 취임사에서 미국 최우선주의 및 자국 보호를 천명한 만큼 영국에겐 더욱 불리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韓·인도도 FTA 우선 협상대상
리암 폭스 영국 국제통상장관은 브렉시트 이후를 대비해 12개 국가와 비공식적인 무역협상을 시작했다고 지난 18일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는 영국의 번영을 위한 열쇠이므로 EU를 떠날 때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의 나라들과 새 협정을 맺어야 한다”면서 “많은 나라들과 상호 이익을 위한 무역과 투자를 위해 장벽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가 이처럼 FTA 추진을 서두르는 이유는 영국 경제와 직결돼 있는데다 여러 나라들과 최소 수년 간 협상을 진행해야 해서다. 영국은 50여개국과 새로 FTA 협상을 해야 하는데다 EU가 세계 각국과 맺은 조약 78개도 새로 협상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메이 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FTA 협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33명의 경제사절단을 꾸려 인도를 공식 방문한 그는 무역, 투자, 고용 등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이번 방문이 양국간 FTA 체결의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