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 적절한 충남여행]① 벚꽃과 미술관,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당진 봄 여행

성상리 군자정
순성 벚꽃길
아미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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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트립 in 신동희 기자] 정말 좋았던 곳은 나만 알고 싶다가도 나 혼자 알기 아까워서 공유하고 싶어진다. 당진의 한 자그마한 미술관 옥상에 올랐다가 우연히 근처 정자를 발견하고 지나치다가 그림 같은 풍경을 만났다. 낭만적이었다. 이 맘 때 당진의 유명한 폐교 미술관을 가면 흐드러진 봄꽃 풍경 자체가 작품이다. 4월의 중순, 봄의 한 가운데의 시기 적절한 봄 여행을 당진으로 추천한다. 소담스럽게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곳으로.

핑크빛 벚꽃잎이 연못 위로 떨어져 가득 메우고 있는 황홀한 풍경이다. 그야말로 벚꽃연못. 면천 성상리 군자정이다. 1800년대에 연못인 군자지를 준설하여 둥근 섬을 만들고 정자를 지었다고 한다. 오늘날에는 주춧돌만 남아 있는 상태였으며, 현재의 팔각형 정자는 1994년에 복원사업으로 다시 지은 것이다. 당시에는 못 가운데에 연꽃을 심어 ‘연당’으로도 불렀으나 바닥에 잔돌을 깔아 연꽃이 모두 없어졌다고 한다. 대신에 지금은 벚꽃나무와 어우러진 봄 풍경이 제법 어울린다.

다른 건 몰라도 비석과 돌다리는 눈여겨보면 어떨까?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정자 옆에 비석이 하나 있는데, ‘郎官湖(낭관호)’ 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다. 중국의 대표시인인 이태백이 쓴 것이라 전해지며, 낭관호는 그가 뱃놀이를 즐기던 호수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연못을 가로질러 섬으로 건너가는 돌다리는 고려 때 조성한 것으로 4개의 자연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돌다리는 원형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군자정을 발견한 곳이 ‘면천읍성안그미술관’의 옥상이다. 미술관은 구면천우체국청사 자리에 있던 우체국 건물을 최소한의 리모델링 한 것인데, 그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면천우체국이라는 간판 글자가 선명하고, 우체통을 보면 여기가 우체국인지 미술관인지 헷갈린다. 1층은 전시공간으로 상시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입장료는 무료이다. 2층은 자율로 운영하는 카페공간으로 관람객이 자유롭게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다. 무인카페라 하여 봉지커피 정도 놓여있겠거니 생각하면 섭섭하다. 유리병에 담아 놓은 원두콩을 핸드그라인더에 직접 갈아 무려 핸드드립 커피를 맛 볼 수 있다. 인스터트커피와 캐모마일 같은 허브티, 찬 음료도 구비하고 있어 취향에 따라 즐기면 된다. 다만,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정해진 가격은 없지만 하고 싶은 만큼 성의표시로 남겨 두고 오면 된다.

면천읍성과 더불어 근처에 같이 가보면 좋은 곳들이 많다. 60년 넘은 주택을 개조한 ‘오래된 미래’ 책방이 있고, 뭐든지 다 판다는 ‘진달래상회’ 잡화점도 있다. 또한 골정지에서 시작하여 면천향교로 이어지는 둘레길은 2.5km이니 천천히 산책해도 좋겠다. 면천읍성 내 동네는 한적하고 조용하다. 작은 동네라 어슬렁거리면서 소소하게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면천 콩국수가 유명한데, 동네에도 콩국수 식당이 여럿 있으니 출출하면 콩국수 한 사발 해도 좋다.

당진에는 긴 벚꽃길이 있다. 순성면에 조성된 순성 벚꽃길은 당진천과 남원천을 따라 이어지는데, 순성면 갈산리 일원부터 당신시내까지 약 3km에 이른다. 순성면 주민들과 출향 인사들이 2001년부터 나무 기증운동을 벌인 것이 시초다. 매 해 마다 왕벚나무와 매실나무를 순성면 일대 제방에 심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벚꽃길이 된 것이다. 다른 지역보다 약 1주일 정도 늦게 피는데, 지나가는 벚꽃 시즌이 아쉽다면 당진 순성을 방문해보라. 어느 유명한 벚꽃 명소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고, 둑을 따라 난 길이 평탄하고 넓어서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거리도 상당하니, 어느 구간에서든 한적하게 유유자적 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벚꽃길 구간에 위치한 미술관도 함께 들려보자. 사계절 어느 때 가더라도 좋은 곳이지만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이미 SNS상에서 너무 유명하여 관람객이 상당하나 화려한 봄꽃 만발한 풍경을 놓치기엔 아깝다. 아미미술관은 폐교인 유동초등학교를 구현숙 설치미술가와 박기호 작가가 10년 동안 청소하고 꾸며 다시 태어났다. 미술관 안과 밖 전체는 예술가 부부가 소생시킨 작품과도 같다. 야외 곳곳, 건물 군데군데마다 조경이며 작품이며 소품마저 그간의 노고와 감성이 묻어난다.

넓은 운동장은 초록 잔디밭으로 펼쳐져 있고 야외 곳곳에 조각품과 설치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은 5곳으로 상시 전시회와 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1년에 4번 작품을 바꾼다고 한다. 미술관 뒤편에는 한옥과 양옥 건물이 있다. 한옥은 전통가옥을 복원하였으며 예전에는 교장선생님의 사택이었고 현재는 레지던스 작가들의 거주 숙소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 옆에 붉은 벽돌 건물은 1972년에 지어졌으며 예전에 비품창고와 숙직실로 사용하였는데, 건물은 그대로 두고 카페로 개조하여 운영 중이다.

아미미술관은 매년 봄에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전시회를 여는데, 올 봄에도 네 명의 작가들을 초대하여 ‘2020 아미의 작가들 展’을 전시하고 있다. 사실 미술관에 작품을 감상하러 방문하기보다는 조경과 어우러진 예쁜 풍경을 눈에 담고 사진을 찍으러 많이 온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전시작품도 수준급이다. 입장료는 어른 기준으로 6,000원이고,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다.

벚꽃과 미술관. 벚꽃 만발이라 낭만적이고 소소한 감성을 채워주는 미술관으로 봄의 한 가운데의 시기 적절한 당진 봄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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