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했지만, 올초부터 이를 요구해온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의 압박에 굴복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아이칸은 “페이팔이 이베이로부터 분사하지 못한다면 블랙베리, 델, 이스트만 코닥, 폴라로이드, 닌텐도, 제록스 등 (위기를 경험한) 기술 대기업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모토로라 이사회에 새 최고경영자(CEO) 영입과 분사를 설득했지만 실패해 결국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팔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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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뉴욕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250억달러 이상의 천문학적 현금을 깔고 앉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이베이에 눈독을 들일 것이라는 관측도 여기서 출발한다. 특히 마윈(잭마) 알리바바 회장은 공공연히 미국 등 서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알리바바를 세계 최고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바 있다.
길 루리아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베이같은 공룡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에서 찾기 어려웠다”면서 “그러나 알리바바가 IPO에 성공했고 이베이도 슬림해지는 만큼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야심을 가진 알리바바에게는 이베이를 인수해 쉽게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두 회사는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진 반면 기존 사업 지역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합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베이와 알리바바는 과거부터 질긴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 2005년 중국 온라인 옥션시장을 노린 이베이가 중국에 `이치넷`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가 알리바바 자회사인 타오바오에 밀리자 당시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였던 멕 휘트먼은 마 회장과 만나 타오바오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마 회장은 “이베이가 큰 바다의 상어라면 우리는 양쯔강의 악어”라고 비유하며 “바다에서 싸우면 우리가 지겠지만, 강에서 싸운다면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이베이측 제안을 거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