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숫자만 늘리는 정부,中企성장은 뒷전

중기청 내년R&D예산 올해比 1.5%↓..예산 개설이래 첫감소
기획재정부 "중소기업 기술개발 투자 성과 뚜렷하지 않아"
중기청 "정부 정책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
  • 등록 2015-10-08 오전 11:22:07

    수정 2015-10-08 오후 4:37:40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정책인 ‘창조경제’의 핵심 실천사항인 벤처생태계 구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벤처 창업에 관한 양적 성장만 중시한 채 기존 창업 기업의 생존 및 성장에는 뒷전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창업과 관련된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벤처 성장에 필수적인 금융 및 연구개발(R&D) 지원은 대폭 삭감하고 있어서다.

중소기업청은 지난달 10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중기청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2.2% 증가한 8조609억원(본예산 기준)으로 사상 첫 8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창업을 지원하는 ‘창업·벤처’ 예산은 올해보다 15.3% 증가한 2989억원이 배정됐다. 이는 일반 예산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16년 중소기업청 일반예산 분야별 현황. 일반예산은 특정 정책에 투입되는 예산 외에 매년 일반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을 의미한다. 자료=한마음경영연구소
반면 운영자금과 시설자금 등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위해 필요한 ‘금융지원’ 예산은 올해 대비 58.3% 급감한 760억원에 불과했다. 중소기업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예산 역시 올해보다 1.5% 줄어든 9429억원에 머물렀다. 기술개발 예산은 1993년 예산이 개설된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획재정부는 한정된 파이 안에서 중요도에 따라 예산을 배분하다 보니 창업 지원에 예산을 보다 더 쏟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감소한 것은 정부 자금보다 민간 자본 유입을 유도하면서 그 규모를 줄인 것”이라며 “창업 초기 지원펀드에 대해 민간출자자에게 정부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하는 방안을 시범 도입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정금리는 내리고 이익연동금리를 높여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창업 초기에 보다 저렴하게 대출을 받게 한다는 복안이다.

기술개발 예산을 줄인 것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기술개발에 장기간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뚜렷하지 않고 부정사용 등 부작용 사례가 증가해 이를 소폭 삭감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통한 사업화 성공률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 평균 46.9%에 불과하다. 중기청 연구개발(R&D) 부정 사용은 같은 기간 92건으로 금액으로는 89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중기청과 창업기업들은 벤처기업 생존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며 비난을 하고 있다. 최철안 중기청 생산기술국장은 “부정사용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중소기업 기술개발 예산 자체를 줄여버리는 것은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격”이라며 “가뜩이나 자금난 때문에 기술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3D 영상제작 전문업체 ‘애플박스3D’의 복선우 대표는 “기술개발을 통한 사업화 성공률이 낮은 건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이를 사업화하기 위한 여러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금융지원 등을 줄이게 되면 기술개발을 하고도 사업화하지 못하는 기업이 더욱 증가해 악순환만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중소기업 R&D 지원과제 기술개발 성공률은 2010년에서 지난해까지 평균 95.8%에 이른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정책이 양적 성장에만 집중된 ‘보여주기 식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김문겸 숭실대 벤처창업학과 교수는 “누구나 창업을 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적인 사업을 이루는 것”이라며 “정부는 창업이라는 쉬운 길로만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하지 말고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