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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를 전담해 온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정부나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수출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한국무역협회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축소되면서 경제단체의 위상에 일대 대변화가 예상된다.
전경련은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조직 쇄신안을 발표하고 50년 만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간판을 내렸다. 대신 ‘한국기업연합회(한기련)’로 명칭을 바꾸고 기존 7본부였던 조직을 커뮤니케이션본부, 사업지원실, 국제협력실 등 1본부 2실 체제로 바꾼다.
전경련은 또 그동안 모든 의사를 결정한 회장단 회의를 폐지하고 앞으로 주요 회원사의 전문 경영인 등으로 구성된 ‘경영이사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사회·위원회·협의회 등을 통한 소통 기능과 한미 재계회의 등 민간 경제외교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재벌 위주의 이익단체에서 기업 중심의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는 의미다.
전경련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한국경제연구원을 기존 4실 2팀 체제에서 2본부 체제로 바꾼다. 경제산업본부와 합쳐서 기업 정책부터 폭넓은 정책 연구까지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안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전경련 폐지’를 주장하면서 맹비난하고 있어 여론도 좋지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경련이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조직이 축소된 만큼 앞으로 대한상의가 경제단체의 대표 창구로 바뀌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 대한상의의 위상은 이미 전경련을 넘어섰다. 대정부 파트너로서 정치권까지 소통의 장을 넓히며 공감대를 형성해 온 대한상의의 행보는 재계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재계 맏형을 자처한 전경련의 위상이 하루 아침에 추락한 만큼 지금은 각 경제단체가 맡은 자신의 소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