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유영희 유도그룹 회장 “세계1등 비결은 한우물 파기”

지난해 매출 7550억원…기술 경쟁력으로 1조원 달성 목표
1980년 설립 이래 연구개발 투자 및 사출금형 한 우물 경영
예술적인 장사꾼으로 기억되고 싶어
  • 등록 2015-05-26 오전 11:35:49

    수정 2015-05-26 오후 6:02:54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30여년동안 ‘핫러너 시스템’이라는 한 우물을 지속해서 판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2일 경기도 화성 유도그룹 본사에서 만난 유영희(68) 회장은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업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비결을 ‘한 우물 파기’로 요약했다.

유도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주)유도(옛 유도실업)를 비롯해 플라스틱 자동화 및 합리화 부문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유도썬스,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제공하는 유도스타자동화, 패키징 제품 생산의 원스톱을 제공하는 페트원, 유도로보틱스 등 5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주)유도는 플라스틱 사출금형 핵심부품인 핫러너 시스템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핫러너는 쇠로 만든 금형에 일정 온도의 액체 상태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통로(러너)를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원료가 굳지 않고 금형에 골고루 퍼져야 하는데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는 제품이다.

지난해 그룹 매출 규모는 7550억원. 목표 매출인 1조원 달성은 거뜬할 것으로 장담한다.

유 회장은 “지난 1981년 핫러너 개발에 착수했을 때에는 국내에 핫러너 공정조차 소개되기 전”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유 회장은 전문지식이 없던 터라 금형 전문가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1985년 국내 최초로 핫러너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핫러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세계 시장도 17%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핫러너 시스템 분야 세계 1위인 유도그룹의 유영희 회장은 ‘한우물 파기’를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비결로 손꼽았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주)유도 본사에서 유 회장이 생산제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제의 길에서 사업가로 대변신

유 회장은 본래 신부의 길을 꿈꿨다. 광주 카톨릭대에서 신학을 전공한 유 회장은 대학원 재학시절 개성이 강한 탓에 비교적 보수적인 종교사회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정을 받았다. 유 회장은 “13년동안 신학을 공부하다 하루 아침에 꿈이 날아가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며 “사업가로 성공하려고 했던 것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극복하기 위한 합리화였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유 회장은 신학교를 그만두고 사회경험을 위해 40여일만에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대우전자 재직 시절 외국 서적에서 핫러너라는 신기술을 접하면서 사업가의 길에 들어섰다.

전문지식이 아닌 분야에서 성공이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유 회장은 “언론학을 전공해야만 꼭 기자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형이상학적인 종교를 공부했는데 실체가 있는 분야를 못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고객의 지향점이 어딘가를 함께 바라보면서 제품·기술 개발에 나섰기 때문에 오늘날의 유도그룹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열정을 갖고 고객에게 좋은 제품 제공해야”

유 회장의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열정’이다. 회사 로고부터 직원들 유니폼, 사무실과 복도에도 붉은색 띠가 즐비했다. 유 회장은 “이는 열정을 갖고 고객에게 좋은 제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훈과 관련이 있다”며 “국내 사업장뿐만 아니라 전 세계 20개국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붉은색 띠 장식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유니폼 팔 부분에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핫러너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2008년 이후부터 태극기 문양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유도그룹이 핫러너 분야의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열정으로 일을 하라는 유 회장의 의지다.

70세가 다 된 나이지만 아직도 유 회장은 열정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대표이사직은 장남 유성진 사장에게 물려줬지만 아직도 회사의 연구·개발(R&D)과 대외활동은 본인이 직접 나서고 있다. 나눔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사회공헌활동도 손수 챙기고 있다.

◇삼성전자·기아차에 사출성형 자동화 장비 납품

유 회장은 R&D에 의지가 남다르다. 그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가치가 상승해 현금 흐름이 좋아졌다”며 “당시 이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기술력을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현재 유도그룹은 2700여명의 직원 가운데 약 10%인 233명이 상근 R&D 인력이다. 주력 생산품인 핫러너의 히터, 센서, 제어품 등을 모두 자체 제작하고 있는 비결이다.

지난 2000년에는 150억원을 투자해 무인생산공장 ‘사이버 팩토리’를 짓고 이를 사업화했다. 핫러너를 생산하는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시스템의 기술력은 국내 주요 대기업도 인정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의 호치민 공장에 사출관련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했다. 무선사업부 외에도 추가로 소비자가전(CE) 사업부와 기아자동차(000270) 멕시코 공장에도 관련 시스템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 회장은 “삼성이나 현대차 등 대기업과의 거래관계에서도 단순 하청이 아닌 제품 개발단계부터 함께 논의하고 있다”며 “이는 모두 사출 성형 분야에서 최고 기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유도그룹은 유럽, 아프리카, 중국, 동남아, 남미 등 전 세계 24개국에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전세계 130개국가에 26개 판매법인, 61개 판매영업소, 19개 대리점 등을 두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자료=(주)유도 감사보고서
◇미래 먹거리 꿈 ‘모트(MOTE)센터’서 영글어

화성 공장 한 켠에는 모트(MOTE, Molding Technology) 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모트센터는 유도그룹만의 IMC(통합 생산 관제·경영관리 솔루션)를 기반으로 제품들을 전문 환경 속에서 실험하는 ‘선행 실험실’이다. 유 회장은 “모트센터는 유도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는 제품이 망라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곳에는 이종소재접합설비도 함께 구비돼 있다. 성질이 다른 제품을 유도그룹만의 기술로 접합시키는 설비다. 회사 고위 관계자는 “이 설비는 제조부문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기업의 미래를 고객과 직원들로부터 찾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사업분야에서 1등 기업을 하고 싶다”며 “이는 고객들의 불만과 요구 속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과 같은 곳을 바라보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야 기술개발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직원에 대한 애착도 남다르다. 유 회장은 “직원들에게 많은 정성을 들였는데 그들이 경쟁자나 적으로 변했던 사례가 가슴 아팠다”고 회고했다. 이어 “내가 잘 먹고 잘 살려면 당연히 직원들이 행복하고 잘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복리후생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화성 공장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지 않으면 공장인지 모를만큼 조경과 주변 환경 정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강당 한 켠에 있는 드럼과 기타는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위해 회사가 구비한 물건이다. 그는 “외부 강사를 초청해 직원들이 악기활동을 취미로 삼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 회장은 마지막으로 “가족과 직원들에게 묘비에 ‘예술적인 장사꾼 유영희, 여기에 잠들다’라고 새겨달라고 미리 유언을 남겼다”며 “예술을 사랑하는 개인적인 성향도 있지만 단순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장사꾼이 되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영희 유도그룹 회장. 사진=유도그룹
*유영희 회장은

1947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난 유 회장은 사제의 길을 걷기 위해 광주 카톨릭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천주교회로부터 신부에 부적합하다는 결정을 듣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지난 1980년 유도무역상사를 설립한 뒤 5개 계열사를 거드린 유도그룹으로 사업을 확장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신지식인’, ‘자랑스런 중소기업인’에 선정됐다. 2011년 ‘중소기업인대회’에서는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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