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상사 성희롱·괴롭힘 신고했더니 해고…‘외국계社 5인 미만’ 나 몰라라

영국계 대형 투자회사 한국영업소 前 직원 30대男
고용노동부에 진정 제기했지만, ‘내사 종결’ 처분
“외국계 5인 미만 한국영업소, 근로기준법 미적용”
'5인 미만' 영세사업자 보호 취지인데…'사각지대'
'남자가 성희롱 피해?'…피해자 두 번 울린 감독관
  • 등록 2021-05-14 오전 11:00:15

    수정 2021-05-16 오후 10:56:3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외국계 회사의 한국영업소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규정한 뒤 근로기준법을 적용,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에 관한 근로 감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나와 논란이다. 한국 시장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회사에 노동관계 법령의 ‘사각지대’를 알려준 셈으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은 피해노동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이므로 조사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의 전문성과 공감능력이 요구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하지 않는 등 업무처리에서 미흡함은 물론 ‘피해자다움’이라는 편견에 ‘2차 피해’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외국계 한국영업소 法 적용받는데…“5인 미만, 해당 사항 없어”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은 영국계 대형 투자회사의 한국영업소에 근무하던 30대 남성 A씨가 작년 2월께 직장 상사로부터 성희롱·괴롭힘을 받고 해고된 것과 관련해 제기한 진정을 ‘내사 종결’ 처분했다. ‘외국 회사의 한국영업소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씨는 한국영업소 대표 B씨로부터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을 당했다고 영국 본사에 신고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회사 지침에 위반되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A씨는 대표 B씨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고 회사에 보고했지만, 영국 본사는 작년 1월께 A씨를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해고했다. A씨 측은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을 신고하기 전까지 해고당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며 “해고는 신고에 따른 불이익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쟁점 사안은 이 외국계 회사의 한국영업소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A씨 측은 한국영업소의 사업 활동은 영국 본사와 협업을 통해 진행했기에 5인 미만 사업장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 김황 법무법인(유한) 정률 변호사는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근로자를 고용해 사용자의 지위를 가지는 한 당연히 국내 노동법상의 규정 및 의무를 준수·이행해야 한다”며 “해당 내사 종결 건은 외국 기업의 국내 영업소에 대한 근로감독 포기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외국에 본사가 있는 법인이 국내에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볼 수 있는 형태의 지점(영업소) 등을 운영하면 달리 볼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며, 상시근로자 수 판단도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 2에 따르면 된다’고 행정해석(근로개선정책과-438)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서울강남지청은 외국에 본사가 있는 법인이 국내에 영업소를 운영하면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만, 이 한국영업소를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규정,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정을 더 들여다보지 않았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의 부당 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등 조항 대부분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상시근로자 5인 이상과 5인 미만 사업장을 구분한 것은 ‘영세 사업장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이를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를 해고한 영국계 투자회사의 한국영업소는 소규모이지만, 본사의 운영자산은 수십조원대에 달하고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손잡을 정도로 글로벌 대형 기업이다.

전은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해외에 영업소를 설치할 정도로 여력이 있는 법인의 국내 사업장이 5인 미만이라는 이유로 (법 취지와 달리) 영세하지 않은 사업장을 도와준 셈”이라며 “(이를 알고 있는) 외국 기업들도 노무 컨설팅을 받아 가급적 국내 사업장 규모를 5인 미만으로 운영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계 회사가 국내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면, 노사 관련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는 사각지대를 드러낸 것으로 이를 악용한 꼼수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황 변호사는 “해당 외국 기업의 한국영업소는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사업장으로 공인받은 셈으로 앞으로 우리나라 노동법을 위반하더라도 일체 근로감독이나 처벌 대상으로 삼기 어렵게 됐다”며 “외국 회사가 한국영업소를 운영하는 방식에 따라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 근로개선지도2과 근로감독관은 “진정인이 내사 종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해 현재 재진정 된 사안”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부분은 쟁점 부분이라 재검토하고 있고, 해고 등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수사도 진행 중이니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남자가 성희롱 피해자?…‘남녀관계고용법’도 미적용

아울러 A씨는 근로감독관의 관리 감독 소홀로 두 번 울게 됐다. 당시 담당 근로감독관은 A씨의 직장 내 성희롱 진정에 대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착오해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피해자에 불리하게 해석한 것이다.

또 A씨는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이 조사 과정에서 남자 직원이 여자 상사를 대상으로 성희롱 진정을 넣은 점을 의아하게 여겼다는 것이다. A씨는 “남자니까 성희롱 피해자가 아닐 수 있다는 편견에 차별을 당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 근로개선지도2과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성희롱 부분은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하는 게 맞다”며 “당시 문서 작성 과정에서 오타(오인) 부분은 재검토하고 적절하게 취지에 맞게 조사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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