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in이슈]험난한 노동개혁 총대 멘 '피닉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이인제(67·사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의 별명은 ‘피닉제’다. 끊임없는 탈당과 입당, 복당을 통해 정치생명을 끈질기게 이어왔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는 당적을 무려 10여차례 변경했다. 피닉제는 ‘피닉스(불사조)’에 빗대서 나온 말이다.

이 최고위원이 다시 여의도 정가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 노동선진화특위위원장직을 맡아 여권이 주장하는 노동개혁의 총대를 메면서다. 노동개혁은 근로노동자들과 척을 질 수도 있는 ‘험난한’ 의제다. 6선 중진으로 당은 물론 국회 전체에서도 맏형 격인 그가 이 가시밭길에 손수 뛰어든 것이다. 이 최고위원 측은 “당분간 의정활동 전반이 노동개혁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의 발언부터 노동개혁에 집중되고 있다. 그는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기구가 법적으로 노사정위원회로 상설화돼 있다”면서 “정당은 지난번 공무원연금 사회적 대타협 때처럼 당사자로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연소 노동부장관 출신 노동 전문가다. 비록 22년 전이긴 하지만 그는 당시 자리만 채우는 장관은 아니었다. ‘고용보험’ ‘무노동 부분임금’ 등이 그가 도입한 친노동 정책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정부의 숙원사업을 이끌 만한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할 때 이 최고위원이 적격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최고위원은 “독일 하르츠 개혁은 슈뢰더 총리 때인 2003~2005년 경제가 어려워지니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추진하려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의 피닉제 별명이 다시 회자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 소환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검찰소환이라는 약점을 잡혀서 끌려나왔을 것”이라는 모 야당 중진의원의 말처럼 ‘삐딱한’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

실제 이 최고위원은 ‘유승민 사퇴 정국’ 당시 청와대의 의중을 십분 대변해 주목을 받았다. 그를 두고 ‘신박(새로운 친박)’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노동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그의 정치적 생존 여부도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노동개혁은 그의 정치적 입지와도 직결된다. 이 최고위원은 이미 두 차례나 대권에 도전했던 인사다. 상황만 맞으면 언제든 다시 큰 꿈을 품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이 이번 노동개혁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