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규제의 그늘]①소비자는 없다

주민편의·상권개발 등 장점 불구 묻지마 규제
선진국선 규제폐기나 완화.."소비자 중심에 둬야"
  • 등록 2012-12-20 오전 11:44:09

    수정 2012-12-20 오전 11:47:09

[이데일리 김유정 기자] 올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몰리며 혹독한 한해를 보냈다. 새로 점포를 열려해도 인근 상인들의 반발에 밀려 숨죽여야했고, 기존 점포들도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인해 매출이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거창한 명분과 달리 실익은 크지 않은 영업규제의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

인천 서구 청라동에 거주하는 윤영란(39)씨는 2년전 청라국제도시에 처음 입주한 이후 처음으로 생활방식에 즐거운 변화를 겪고 있다. 이달 롯데마트(롯데쇼핑(023530)) 청라점이 문을 열면서 더 이상 장을 보기 위해 20분씩 차를 타고 나가야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이들을 롯데마트 내 키즈카페에 맡기고 한가롭게 쇼핑을 즐긴다. 청라국제도시는 2010년 입주를 시작해 현재 5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이달 롯데마트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생활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롯데마트를 중심으로 한 상권 개발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대형유통 농어민, 중소기업, 임대상인 생존 궐기대회’에서 집회 참석자들이 농산물을 바닥에 던지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사진= 한대욱기자)
‘반야월 연근, 진주 파프리카, 대구 양송이, 의령 밭미나리…’ 전국에서 생산되는 현지 신선채소를 언제든 시세보다 저렴하게 사 먹자는 것이 이마트(139480)의 ‘로컬푸드’ 제도다. 시행한지 벌써 2년이나 됐다. 이마트는 농민으로부터 직접 채소를 매입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경로를 대폭 축소했다. 이렇게 판매되는 채소가격은 시세보다 10~30%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로컬푸드 제도는 난관에 부딪쳤다. 강제휴무가 실시된 지난 7~8월 농산물 매출이 평소보다 10% 감소했고, 일별로 출하되는 엽채류의 경우 강제휴무일에는 폐기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농민들은 판로를, 소비자들은 신선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영업규제 불똥이 소비자들에게 튀고 있다. 무분별한 출점이 동네상권을 위협하는 것도 문제지만 획일적인 규제로 지역민들에게 돌아가야할 혜택이 사라지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한 대형마트는 신규 점포를 내면서 냉가슴을 앓았다. 슬럼화된 상권에 점포를 내는 것이라 해당 지방자치단체도 신규출점을 반겼지만 이 대형마트는 외부에 알리는 것을 꺼렸다. 자칫 골목상권 붕괴의 주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됨에도 일부 상인들을 중심으로 무턱대고 반대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했다.

대형마트 7개사, SSM 5개사 대상 조사 자료:한국체인스토어협회
전통시장 활성화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지식경제부가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 전국적으로 70% 이상의 대형마트가 강제 휴업에 들어간 지난 6월 전통시장 매출은 오히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조사 결과의 신빙성을 두고 여전히 논란은 있지만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가져왔다고 입증할만한 근거자료도 마땅히 없는 게 현실이다.

과거 일본(대규모소매점포입지법)과 프랑스(라파랭법) 등 선진국에서도 대형소매점 규제법안 등을 통한 골목상권 보호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규제의 효과를 보지 못한채 법안을 폐기하거나 규제를 완화하도록 방향을 바꿨다. 정작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상열 경남발전연구원 박사는 “선진국의 경우 규제를 통한 보호의 대상이 중소유통점이 아닌 소비자”라며 “당초 규제의 출발점은 대형마트가 지나치게 상권을 잠식했다는데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소비자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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