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외국 아이코스 稅부담 낮다더니…한국보다 훨씬 높아

  • 등록 2017-09-20 오전 9:48:24

    수정 2017-09-20 오후 1:27:33

△필립모리스코리아의 궐련형 전자 담배인 아이코스 [사진=BGF리테일]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회가 아이코스 등 신형 전자 담배의 세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참고한 외국 사례가 엉터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이코스 최대 판매국인 일본의 일반 담배에 붙는 세금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30%에 불과하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80%에 육박했던 것. 지금까지 엉뚱한 자료를 놓고 격론을 벌인 것이다.

정부는 부실 자료를 국회에 제시했고, 담배 회사는 이를 ‘모르쇠’했다. 이에 따라 허술한 정책 논의를 향한 비판과 함께 증세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 세제실은 최근 국회의원실을 돌며 외국의 일반 담배(궐련) 세금 대비 아이코스 세금(각종 부담금 포함) 비중을 자체 조사한 결과를 설명했다.

문제는 이 조사상의 국가별 세금 비중이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 논의를 위해 기재부가 제출했던 공식 자료의 수치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개소세 갑당 126→594원 인상 추진

△현행 세금 및 부담금 비교 [자료=기획재정부]


국회 논의 내용부터 간략히 짚자.

현재 국회에서는 아이코스, 글로 등 신형 전자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올리는 증세 논의가 한창이다. 아이코스와 글로는 담뱃잎으로 만든 연초 고형물을 전자 장치로 쪄서 피우는 ‘궐련형 전자 담배’다. 액체인 니코틴 용액을 가열해 피우는 기존 전자 담배와 일반 담배의 혼합형이다.

정부는 이 궐련형 전자 담배에 니코틴 용액 1㎖당 370원의 개별소비세 세율을 매기는 기존 전자 담배와 달리, 파이프 담배와 같은 담배 1g당 21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아이코스의 경우 1갑 무게가 6g이어서 1갑당 개별소비세 126원을 낸다. 액체가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담배라고 보기도 어려우니 파이프 담배로 간주해 임의로 세금을 매긴 것이다. 하지만 현행 세법을 개정해 과세 근거를 명확히 두고 궐련형 전자 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같은 20개비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를 매기자는 것이 현재 논의의 핵심이다.

쟁점은 외국은 이런 궐련형 전자 담배에 세금을 어떻게 부과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세율을 결정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애초 기재부가 낸 자료를 보면 아이코스 최대 판매국인 일본의 일반 담배 세금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그리스 35%, 이탈리아 40%, 포르투갈 46% 등 다른 나라도 50%에 못 미쳤다. 가장 높은 러시아도 57%였다.

반면 한국은 현재 궐련형 전자 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담배소비세·지방교육세 등 세금(각종 부담금 포함)이 1갑당 1739원으로, 일반 담배에 부과하는 세금(3323원)의 52.3%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지금도 세금 부담이 커서 세금을 더 올리자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일본 아이코스 세금, 일반 담배의 ‘30%’ 아니라 ‘81%’



하지만 기재부가 이후 수정 작성한 자료를 보면 사정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일반 담배 세금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은 30%가 아니라 81.6%다. 이탈리아와 포르투갈도 56.7%, 83.1%에 달한다. 애초 세금 비중이 35%라고 했던 그리스는 91.5%로 숫자가 확 뛰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기재부는 ‘오해’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핵심 참고 사례였던 일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애초 기재부는 아이코스 제조·판매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 측에 요청해 올해 상반기 아이코스의 해외 과세 사례를 담은 자료를 받았다. 그런데 필립모리스가 다른 나라 사례는 담으면서 일본 부분만 ‘빈칸’으로 남겨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재부 세제실 공무원이 일본 담배 세율을 직접 찾아보고 계산한 ‘30%’라는 숫자를 그 빈칸에 채워 넣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필립모리스 측에 문제가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검증을 요청했고, 30%가 맞는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일본의 과세 체계를 잘못 이해한 오류였다.

기재부 세제실 담당 공무원은 “정확한 수치를 제공해 달라”는 국회 요구에 따라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해 일본 재무성 실무진을 만났다. 이때서야 실제 일본의 일반 담배 세금 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81.6%로, 기재부가 자체 파악한 30%의 두 배가 넘는다는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

이 같은 오차가 생긴 이유는 과세 대상 기준을 잘못 안 데 있었다.

일본 정부는 궐련형 전자 담배를 파이프 담배로 간주해 1g당 일정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아이코스의 경우 그 무게를 연초와 연초를 싸는 종이, 필터 등을 포함해 1갑당 15.7g으로 보고 세금을 매긴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사실을 모르고 필터 등을 제외한 아이코스 순수 연초 무게인 1갑당 6g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했던 것이다.

기재부 “담배회사도 日 세금비중 30% 맞는다고 확인” vs 필립모리스 “정확히 몰랐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아이코스 스토어에 아이코스 홀더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재부 관계자는 “필립모리스도 처음부터 일본의 아이코스 과세 무게 기준이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일본 출장을 다녀온 후 회사 측에 확인을 요청하니 그제야 1갑당 15.7g을 기준으로 아이코스 세금을 계산한 수정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아이코스 과세액이 낮게 나타나는 것이 유리하니 알고도 모른 척 한 것 아니겠냐”고 귀띔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대부분 국가가 연초 무게를 기준으로 세금을 정하는 만큼 일본이 매우 특이한 사례”라며 “일본의 경우 정확한 제도 파악이 안 돼 있어서 처음에는 현지 법인을 통해 세금 액수를 확인한 국가만 정부 답변서에 담았다가, 나중에 일본 쪽도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일본 외에 이탈리아와 스위스, 러시아 과세 당국 등으로부터도 자료를 받아 과세 현황을 추가로 재확인했다. 반면 그리스 등은 아직 상대국 정부로부터 공식 답변을 듣지 못해 외국 투자회사 자료 등을 참고해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수치를 자체적으로 수정한 상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일본 외에 다른 나라에서도 애초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수치와 우리가 확인한 것 사이 차이가 큰 것은 필립모리스 측이 담배소비세나 개별소비세 등 개별 세목만을 기준으로 세금을 계산했기 때문인 것 같다”며 “신종 전자 담배의 경우 국제 기준이 있는 일반 담배와 달리 분류 기준과 과세 방식, 부담금 규모 등이 제각각이어서 다른 나라와 비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증세 논의 탄력받을 듯

기재부가 한국의 아이코스 세금이 일본 등 주요국보다 낮다는 사실을 새로 제시함에 따라 궐련형 전자 담배 증세 논의도 한층 힘을 받게 됐다.

국회 증세 여론은 조경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제동을 걸었는데, 그 핵심 근거가 “외국의 궐련형 전자 담배 세금은 일반 담배보다 매우 낮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기재위는 조만간 전체 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 담배 세금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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