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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국내 박스오피스 역대 1위에 빛나는 영화 `명량(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과 한국전쟁 이후 격변기를 다룬 `국제시장`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대성창업투자가 지난달말 서울 상암동에서 역삼동으로 이사했다. 기존 콘텐츠 투자에서 벗어나 정보기술(IT)과 생명과학 분야 투자를 확대하면서 IT·바이오 벤처기업들이 몰려있는 강남을 새 둥지로 택한 것.
이처럼 벤처캐피털(VC)들이 치열한 벤처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면서 본사를 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기업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위한 자금 모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다.
투자 범위 넓히는 VC..벤처 중심 테헤란로 집결
방송국과 영화 제작사들이 몰려 있는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를 벗어나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에 맞춰 본사를 이전한 대성창투는 테헤란로에 집중돼 있는 IT·바이오 벤처기업 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 올 7월 다른 VC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연구개발특구펀드를 통해 모바일 결제서비스 업체인 얍(YAP) 컴퍼니에 총 200억원을 투자했다.
판교에 입주해 있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2~3년내 테헤란로로 본사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사모투자(PE)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현재 VC 4000억원, PE 1000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향후 5~10년 내에 PE 운용액을 1조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최근 변양균 옵티스 회장과 아주IB 출신 박상선 부사장을 영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회사일 때는 판교가 괜찮은 곳이지만 PE 투자비중을 키우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자금을 모으기 쉬운 서울로 올라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투자 등으로 다른 VC에 비해 운용규모가 큰 편인 IMM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초기부터 테헤란로에서 자금을 모아왔다.
게임 스타트업은 판교..사무실 2곳 이상도 11개사
케이큐브벤처스 역시 판교에 있지만 상황이 다르다. 주로 신생 벤처기업(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게임 회사 투자가 두드러진다. 올해 초 판교에 위치한 모바일 RPG 개발사 코코모에 12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 게임분야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케이큐브가 투자 중인 게임 스타트업 15곳 중 10곳이 분당(판교)에 있다. 판교테크노밸리에 게임분야 스타트업 지원센터 넥슨앤파트너스센터(NPC)가 있기 때문이다. NPC는 대형 게임사인 넥슨이 게임분야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공간이다.
투자 전략과 관계없이 자리잡은 VC도 있다. 대개는 모기업 소유의 빌딩에 입주한 회사들이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에 위치한 네오플럭스와 CJ빌딩에 있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서초 삼성전자빌딩에 입주한 삼성벤처투자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