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쉼터 소장 추모…“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전문)

  • 등록 2020-06-07 오후 6:02:48

    수정 2020-06-07 오후 6:02:48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 ‘평화의 우리집’의 손영미 소장이 숨진 것과 관련해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냐”라고 안타까워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윤 의원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랑하는 손영미 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냐.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냐”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진다.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 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셔라.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 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납시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경기 파주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손 소장 지인이 “손 소장과 연락이 안 된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현장에 출동해 오후 10시 35분쯤 손 소장의 주거지인 경기도 파주시의 한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진 손 소장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손 소장의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손 소장은 최근 주변에 “검찰 압수수색으로 힘들다”라고 털어놨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의 기부금 사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달 20일부터 평화의 우리집, 정의연 사무실,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등을 압수수색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지난 2012년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명성교회에게 지원받아 조성한 위안부 피해자 쉼터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에 이곳에 살았고, 현재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살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정의연 고발 사건과 관련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갑작스러운 소식에 서부지검도 그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윤미향 의원 페이스북 글 전문

추모사

사랑하는 손영미 소장님....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

할머니와 우리 손잡고

세계를 여러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

악몽이었죠.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지요.

우리 복동 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요.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

“대표님, 힘들죠? 얼마나 힘들어요”

전화만 하면 그 소리...

나는 그래도 잘 견디고 있어요. 우리 소장님은 어떠셔요?

“내가 영혼이 무너졌나봐요. 힘들어요.”

그러고는 금방

“아이고 힘든 우리 대표님께 제가 이러면 안되는데요... 미안해서 어쩌나요..”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어요.

그러느라...

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어요.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했네요.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

소장님...

나는 압니다.

그래서 내 가슴이 너무 무겁습니다.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 ...

명절 때조차도 휴가한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

미안해서 어쩌나요.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집니다.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

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

사랑하는 나의 손영미 소장님,

홀로 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젠 정말 편히 쉬소서.

윤미향 올림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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