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美 전방위 압박에 백기…디엠재단, 스위스→미국 이전

"스위스 규제당국 허가 포기…본사 워싱턴으로 이전"
자금세탁 등 범죄악용 우려 불식 위해 美규제 틀 속으로
'실버게이트' 은행과 파트너십…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
  • 등록 2021-05-13 오전 11:17:53

    수정 2021-05-13 오후 1:59:49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페이스북이 상용화를 추진해오던 자체 암호화폐 ‘디엠(Diem·옛 리브라)’ 재단 본사를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옮기기로 했다. 스위스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을 포기하고 미국 규제 틀 안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조처로, 디엠이 자금세탁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미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디엠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본사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워싱턴으로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튜어트 레비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우리는 디엠 프로젝트를 미국 규제 영역 내에서 완전히 수행할 것”이라며 “더이상 스위스 규제당국(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의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디엠 프로젝트는 스위스에서 허가를 받는 과정과 FINMA가 소집한 전 세계 수십개국 규제당국의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큰 혜택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9년 페이스북 내 가상 지갑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전 세계 어디나 돈을 보내고 결제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리브라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높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금융 소외계층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한 목표”라며 현금이나 신용카드는 필요 없는 시대, 국경을 넘어 해외에 송금할 때도 환전·송금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만들겠다고 했다.

디엠은 가격 변화가 없는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을 표방한다. 예를 들면 언제든지 1달러를 내면 1리브라로 바꿔주는 안정적인 교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도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리브라(현 디엠)의 임무는 전 세계 수십억명을 위해 간편한(simple)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와 의회는 디엠이 자금세탁과 탈세 등 범죄에 악용될 뿐더러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미 의회는 페이스북이 스위스 제네바에 디엠 재단을 설립한 것에 대해서도 페이스북의 자금세탁 및 규제회피 의도를 의심하며 미국이 디엠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미 의원들은 한 발 더 나아가 페이스북과 같은 IT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안 마련을 추진해왔다. 미 하원에서는 ‘거대 테크 기업을 금융업 밖으로(Keep Big Tech Out of Finance Act)’라는 법안을 작성, 연간 매출이 250만달러를 넘는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업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규정한 디지털 자산을 유지·운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반시엔 매일 100만달러의 벌금을 물린다는 제재도 포함됐다.

이에 페이스북은 당초 2020년을 목표로 했던 리브라 출시 일정을 연기한데 이어, 명칭을 디엠으로 바꿔 스테이블 코인 형태의 암호화폐를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엔 재단 본사까지 아예 미국으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사실상 미 규제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무릎을 꿇은 셈이라고 외신들은 진단했다.

국제 로펌 넬슨 멀린스의 리처드 레빈 금융 기술·규제 담당 회장은 WSJ에 “(페이스북의 재단 이전 조치는) 디엠이 미 규제당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디엠 재단은 이날 캘리포니아주(州) 공인 은행(state-chartered banks)인 ‘실버게이트’와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도 전했다. 이에 따라 실버게이트는 향후 디엠 독점 발행자가 될 예정이며, 달러로 표기된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것이라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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