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정변 일으킨 김옥균, 수트 입고 여심 홀리네

[리뷰]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곤 투모로우'
김옥균 암살사건, '브로맨스'로 현대적 재해석
역사적 사실보다 캐릭터 강조해 색다른 재미
  • 등록 2022-01-24 오전 11:44:43

    수정 2022-01-24 오전 11:44:43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김옥균 너무 멋있지 않아?”

뮤지컬 ‘곤 투모로우’가 공연 중인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중간 휴식 시간 로비에선 관객들이 나누는 이런 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김옥균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학창 시절 국사 책을 떠올리면 된다. 조선 후기 서구식 근대화를 목표로 개혁을 추구하기 위해 갑신정변을 일으켰던 바로 그 김옥균이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사진=페이지1)
그러나 무대 위 김옥균은 교과서에서 본 한복 입은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멀끔한 수트 차림으로 고뇌에 가득 찬 그는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하는 이지적인 인물이다. 시놉시스만 보고 사극 뮤지컬을 예상했다면 당황스러울 법도 하다. ‘곤 투모로우’의 미덕은 역사적 사실에 얽매이지 않는 신선한 상상력에 있다.

‘곤 투모로우’는 뮤지컬계 대표 연출가인 이지나 연출이 극본을 쓰고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 ‘마리 퀴리’ 등에 참여한 작곡가 최종윤이 작곡한 작품이다. 2016년 초연 당시 마니아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한 재공연 요청이 있었다. 지난달 4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5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 이번 공연은 캐릭터 설정과 넘버 순서 등에 변화를 가미해 완성도를 높여 관객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갑신정변에 실패한 뒤 일본으로 피신한 김옥균의 암살 사건을 다룬다.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스토리보다 캐릭터의 매력이 돋보인다. 김옥균이 수트 차림으로 세련된 모습을 과시할 때, 고종은 곤룡포를 모티브로 제작된 하얀색 의상을 입고 열강 사이에서 고뇌하며 김옥균에 대한 애증을 드러낸다. 실제 역사 속 고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색다르다. 친일파 이완용을 연상케 하는 이완 총리, 김옥균을 충직하게 따르는 일본인 보디가드 와다 등 조연 캐릭터도 강한 존재감을 남긴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사진=페이지1)
초연과 가장 달라진 점은 김옥균을 살해하는 인물을 한정훈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설정한 것이다. 초연 때는 실제 김옥균을 살해한 실존 인물 홍종우가 등장했지만, 이번 재연에선 한정훈이 홍종우를 대신한다는 설정을 추가해 극적인 재미를 더했다. 홍종우는 고종의 명령으로 김옥균을 살해해야 하지만,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김옥균의 모습에 감화되며 갈등을 겪는다. 김옥균과 홍종우가 보여주는 ‘브로맨스’는 ‘곤 투모로우’가 여심을 사로잡는 키다. 2막 시작과 함께 김옥균, 한정훈이 함께 춤추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12명 앙상블 배우가 보여주는 군무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다만 캐릭터가 강조되면서 갑신정변과 김옥균이 역사적으로 남긴 의미와 업적은 작품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느낌도 없지 않다. 김옥균 역에는 강필석·최재웅·송원근·노윤, 한정훈 역에는 김재범·신성민·이해준·윤소호가 캐스팅됐다. 고종 역으로는 고영빈·박영수와 함께 최근 ‘풍류대장’으로 주목받은 국립창극단 단원 김준수가 캐스팅돼 첫 뮤지컬 도전에 나선다. 판소리 창법으로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공연은 오는 2월 27일까지.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한 장면(사진=페이지1)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