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 향방 가를 가처분 결과…판례 보니 '갸우뚱'

역대 판례 보면 가처분 신청 인용 사례 제한적
경영상 목적 아닌 지배권 강화 목적 입증 어려워
비상식적이거나 '경영권 방어' 명확한 경우만 인용
  • 등록 2023-02-15 오후 12:59:18

    수정 2023-02-15 오후 7:18:37

[이데일리 김근우 기자] 에스엠엔터테인먼트(041510)(SM)를 둘러싼 지분 취득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결과에 따라 이성수·탁영준 대표 등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 등 주주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수만(왼쪽) SM 대주주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각 소속사)
판례로 보면 경영상 방어목적 입증 쉽지 않아

15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투자업계에서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 결과가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것과 달리, 법률 전문가들 다수는 실제 판례에서 비상식적인 경우나 경영권 분쟁 상황이 명확한 사례를 제외한다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경우가 드물다고 말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상법 제418조에 따르면 이 전 프로듀서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상법 제418조 ‘신주인수권의 내용 및 배정일의 지정·공고’는 신주를 부여받을 권리가 우선적으로 주주들에게 있으나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주주 외의 제3자에 신주를 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신주 발행을 제3자에게 할 경우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하며 기존 주주가 아닌 제3자에게 발행해야 하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법무법인 화우에서 발행한 뉴스레터 ‘판례로 보는 제3자 신주발행금지가처분에 대해’ 속 판례 분석을 참고하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의 신주 발행은 원칙적으로 무효이며, 경영상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된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눈여겨 봐야할 것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지배권을 확보하려는 측면이 일부 있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제3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허용하는 판례가 다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할만한 판례는 지난 2020년 KMH가 기존 대주주에게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와 17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한 사례다. 해당 CB와 BW는 모두 최상주 KMH 회장과 특수관계인들이 사모로 사들이는 형태로, 경영권 방어 목적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당시 2대 주주였던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는 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문에서 “경영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하지 않음에도 지배권 방어를 위해 CB를 발행하기로 했다는 점이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비칠 여지가 있어 보이는 사례임에도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것은 경영상의 목적이 아닌 지배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을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쪽에서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쟁점은 에스엠 경영진이 공시한 경영상의 목적의 인정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에스엠이 공시한 ‘제3자배정 증자의 목적’은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입지와 제휴를 강화하기 위함’이다. 과거 유사 사례를 살펴보면, 네이버가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 9.13%를 취득한 일이 있다. 당시 ‘제3자배정 증자의 목적’은 이번 사례와 유사하게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 및 전략적 제휴를 위한 자금 조달’로 공시됐다.

관련 판례에 정통한 A 변호사는 “과거 판례를 감안하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더 높다”며 “‘전략적 제휴’라는 제3자 배정 증자의 목적을 경영권 방어라고 반박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급한 자금조달, 기술도입, 전략적 제휴 중 어느 하나에만 해당해도 제3자 배정 증자가 가능하다”며 “주변 업계 변호사와 교수 등도 같은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의 참전을 카카오가 미리 알았을까

혹자는 ‘카카오의 지분 취득은 현재 에스엠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과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는 분명하지 않다. 누구와 누구의 경영권 분쟁 상황인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A 변호사는 “경영권 분쟁이라는 것은 기존의 이사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력이 과반수의 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나서는 것”이라며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 9%를 취득한 사실에 대해 그런 의도가 있었다고 입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의 에스엠 지분 취득은 2월 7일 공시됐고 하이브의 지분 취득과 공개매수 결정은 2월 10일 공시됐다. 이를 바꿔 말하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이 전 프로듀서 측에서는 카카오가 에스엠의 지분 취득 당시,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 매입 계획을 알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 뿐 아니라 카카오가 취득한 9% 가량의 지분이 경영권에 위협적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쪽도 이 전 프로듀서 측이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지분 인수 계획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이미 에스엠은 얼라인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이었던 것 아닌가?’라는 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얼라인파트너스는 고작 1%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 측 인사 일부가 이사회에 진입했다고 해도 이것이 기존 이사회를 해체하려는 시도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물론 신주 발행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례도 존재한다. A 변호사는 “과거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인수합병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사측은 일주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현정은 회장 측에 유리한 주주공모 후 실권주 배정 증자를 결정했고, KCC는 이를 막아달라며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이미 KCC가 적대적 인수에 나설 것을 발표한 뒤였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 목적의 유상증자임이 명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법원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추진이 회사운영에 필요한 자금조달 목적이기보다는 경영권 분쟁과정에서 기존 대주주와 이사회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는 KCC측의 소명자료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용 사례도 있다. 2020년말 비상장사 솔젠트의 경영진과 최대주주 EDGC는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200만주의 신주(발행주식 총수의 21%)를 시장가격 대비 8분의 1수준인 2500원의 발행가액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비상장주식으로 거래되던 가격이 2만원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2500원의 발행가는 비상식적으로 낮은 수준이었기에 당시 법원은 “솔젠트 유상 신주 발행에 적용된 주식평가 방법과 신주 발행가액은 솔젠트 시장가격에 비춰볼 때 현저하게 불공정하고 주주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가처분 신청 인용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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