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중 민폐 ’한강다리 고공농성'…막을 방법 없나

최근 50대 남성 A씨 양화대교 세 차례 올라 농성
경찰 "처벌 법조항 없어…현실적 막을 방법 없다"
"극단선택시도, 처벌로 막겠다는 발상 위험" 지적도
서울시 "곧 방해 시설물 곧 설치해 원천 차단할 것"
  • 등록 2020-11-20 오전 11:00:30

    수정 2020-11-22 오전 9:19:41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서울 여의도와 선유도, 마포구 합정동을 잇는 양화대교의 아치 구조물 하단에는 사람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극단적 선택 또는 그것을 빙자한 고공농성을 하기 위해 아치에 오른 사람들이 남긴 자국이다.

지난 13일 50대 남성 A씨가 양화대교 아치에 올랐다가 몇 시간 뒤 스스로 내려왔다. A씨는 ‘도난 사건 4건 모두 미제 사건 처리가 됐고, 연락을 준다고 하고선 연락 한 번 없었다’고 경찰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 남성은 9월 22일과 10월 29일에도 각각 같은 장소에 똑같이 올랐다가 6시간여 만에 스스로 내려왔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한강 다리 구조물 위에 올라 농성을 하는 이들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세 번 구조물을 오른 A씨처럼 다른 다리보다 ‘올라가기 좋은’ 양화대교, 한강대교 등에서 고공 농성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농성한 뒤 내려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소동이 벌어질 때마다 ‘사회적 비용’ 지출이 막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혹시나 있을 지 모를 극단적 선택 시도를 막기 위해 소방·경찰 인력이 대거 현장으로 출동하기 때문이다.

실제 A씨가 세 번에 걸쳐 양화대교 아치 위에 올라가 있던 6~7시간 동안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은 이 일대는 교통지옥이 된다. 경찰과 소방은 이곳에 사람이 올라가면 4개 차도 중 1개 차로와 인도를 통제하고 에어매트를 설치한다. 소방차 포함 출동 차량은 보통 10대, 인력은 40여명이다. 이 일대를 차로 자주 오가는 B씨는 “사람 하나 올라갈 때마다 몇시간 동안 길 막히고, 경찰·소방관들은 무슨 죄냐”라며 “이게 엄청난 행정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A씨처럼 반복적으로 교통 체증을 유발하고 행정력을 낭비시킨다면 별도의 처벌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3일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은 “A씨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었고 내려온 후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약속만 받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극단적 선택 시도자’로 신고 접수가 됐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10월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양화대교의 아치 구조물 위에 한 남성이 올라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사건을 맡았던 경찰 관계자는 “우리로선 A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건지 단순히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그러는 건지 구분할 수가 없다”며 “다만, 극단적 선택 시도자로 신고접수가 됐고 A씨가 ‘(다리에) 올라오면 뛰어내리겠다’고 말해 A씨를 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 선택 시도자에게 처벌을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 다리 구조물 위에 올라가 농성을 해도 입건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비슷한 행동으로 입건된 사례가 드물게 있기는 하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 2월 14일 오전 한강대교 아치 구조물 위에 올라가 ‘남성 법과 제도 다 바꾸자’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고 농성을 벌이다 6시간 만에 철수한 전모(49)씨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이 남성은 한강대교 아치 위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기 때문에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결국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농성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처벌할 조항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회적 불편을 초래한다고 ‘극단적 선택을 빙자한 고공 농성’을 처벌하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잘못하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선희 변호사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불특정 다수에게 불편을 준다고 해서 모든 행위를 처벌해선 안 된다”며 “한강 다리 농성도 이와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한강 다리 구조물 위에 아예 사람이 오르지 못하도록 방해 시설물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도 양화대교 아치 맨 위에는 사람이 올라가지 못하도록 장치가 설치돼 있다. 아치 하단 부분은 현재 올라가려면 올라갈 수 있는데 A씨는 그곳에 오른 것”이라며 “곧 하단 부분에도 비슷한 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2일 오후 마포로 넘어가는 양화대교 아치 형태 시설물 위에 50대 남성이 올라가 경찰 및 소방대원 등과 대치하면서 일대 교통이 혼잡하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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