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너만 믿는다…'불황형' 경상흑자 오명 벗나(종합)

지난해 11월 경상수지 89억9000만달러 흑자
반도체 호황 덕…수출·수입 동시 증가해 주목
  • 등록 2017-01-04 오전 11:13:39

    수정 2017-01-04 오전 11:13:39

한국은행이 매월 집계하는 국제수지 상품수출과 상품수입 증감률 추이. 지난해 11월 상품수출과 상품수입 모두 플러스(+) 증가율로 전환했다. (출처=한국은행)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경상수지는 매우 중요한 거시지표 중 하나다. 한 나라 경제의 살림살이가 얼마나 건강한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등을 사고 팔면서 벌어들인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를 말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곧 수출로 번 돈이 수입으로 쓴 돈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무역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월급이 소비보다 많아서 적게나마 저축할 수 있는 가계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3월 이후 57개월째 흑자다.

다만 ‘불황형 흑자’ 오명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수출이 감소하는 와중에 수입은 더 많이 줄어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월급이 쥐꼬리만 해지니 소비를 하지 않는 가계와 상황이 비슷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상수지 흑자가 ‘정상궤도’에 오르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수지 상품수출 증가율은 2년5개월 만에 플러스(+) 반등했다. 수입도 꿈틀대고 있다. 고꾸라지는 우리 경제에서 그나마 발견할 수 있는 긍정 신호다.

특히 지난 수십년 대한민국호(號)를 먹여 살리다시피 한 반도체가 살아나고 있어 관심이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한국은행이 4일 내놓은 지난해 11월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11월 경상수지는 89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87억2000만달러) 대비 흑자 규모가 소폭 확대된 것이다.

11월 상품수지의 흑자 규모는 105억2000만달러다. 지난 10월(98억3000만달러)보다 10억달러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수출(433억4000만달러→464억6000만달러)이 증가한 정도가 수입(335억1000만달러→359억4000만달러)보다 더 커서 생긴 현상이다. 수출과 수입디 동시에 증가한 건 최근 몇 년간 전례를 찾기 힘들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출이다. 11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 2014년 6월(2.2%) 이후 계속 마이너스(-)였다가 2년5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의 언급처럼 수출은 지난해 1분기 바닥을 찍고 오르고 있다.

선봉장은 반도체다. 11월 통관기준 반도체 수출은 11.5% 증가했다. 전월(1.5%)보다 그 폭이 컸다. 최정태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반도체는 전세계적으로 호조세로 돌아섰다”고 했다.

이미 업계에서는 ‘슈퍼 사이클’ 평가가 나온다. 우리 업체들의 주력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가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반도체담당 연구위원은 “현재 반도체 호황은 메모리를 얘기하는 것”이라면서 “D램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낸드플래시도 SNS 등의 발달로 대규모 서버 투자의 필요성이 커져 호황을 맞고 있다”고 했다.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실제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만 4조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의 반등도 반도체를 빼놓고 논하기 어렵다. 11월 수입은 10.6% 증가해 2012년 2월(33.5%) 이후 처음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는데, 두드러진 특징은 기계류·정밀기기 수입(10.0%↑)의 증가세다. 한은 관계자는 “기계류·정밀기기는 반도체 제조장비 등을 말한다”면서 “이는 추후 국내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기계류·정밀기기의 수입은 지난 8월부터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도체업계 한 인사는 “요즘 반도체 장비업계는 밀려들어오는 수주를 다 못 받고 있을 정도로 초호황”이라고 전했다.

수입은 유가의 영향도 크다. 11월 원유도입단가는 48.1달러였다. 이는 전년 동기(46.1달러) 대비 4%가량 상승한 것이다. 2014년 7월(5.4%) 이후 원유도입단가가 전년 대비 플러스 상승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상승세 ‘불확실’

다만 관건은 수출이 계속 상승세를 보일지 여부다. 당장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한은 한 금융통화위원은 “지난해 수출이 워낙 부진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증가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면서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등이 수출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규모 개방형 경제인 우리는 수출이 막히면 다른 거시지표도 덩달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도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주대영 연구위원은 “반도체 장비업계가 수주를 다 받으려면 공장을 확장하고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머뭇거리는 기류도 있다”면서 “호황 국면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발(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1월 서비스수지는 전월(15억9000만달러) 대비 적자 폭(-17억4000만달러)이 커졌는데, 이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1월 여행수지는 7.5% 감소했다.

한은에 따르면 11월 전체 입국자 수가 전월 대비 줄어든 정도(-17.6%)보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감소한 정도(-24.1%)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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