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깜짝 감자에 개미들 '부글부글'…3대 쟁점은?

아시아나항공 균등감자 추진에 개미 '부글부글'
채권단, 연내 일정 맞추려 감자 조기 추진
"아시아나 부실 최대주주 책임 아냐" 논란
2대주주, 소액주주 반대해도 주총 통과 유력
  • 등록 2020-11-05 오전 11:00:00

    수정 2020-11-06 오후 2:21:59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여기가 감자탕 맛집 맞나요?”

아시아나항공(020560) 주식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요즘 인터넷 투자자 게시판 등에서 이렇게 자조한다. 설마 설마 했던 감자(減資)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의 주식을 똑같은 비율로 줄이겠다는 채권단 방침에 뿔이 난 분위기다.

그래픽= 이동훈 기자


◇균등 감자가 뭐야?


5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 14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무상 균등 감자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일 이사회에서 모든 주주의 주식을 3대 1 비율로 줄이는 감자를 하기로 한 데 따라서다.

감자는 회사의 발행 주식 수를 줄이거나 액면가를 낮춰서 자본금(주식 액면가×발행 주식 수)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균등 감자는 지분율과 관계없이 모든 주주의 자본금을 똑같은 비율로 줄이는 방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주주에게 별도의 보상 없이 기존 주식 3주를 1주꼴로 합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현재 아시아나항공 주식 30주를 가진 주주는 감자 후 보유 주식 수가 10주로 감소한다.

쟁점① 왜 갑자기 감자를 해?

그래픽=이동훈 기자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의 감자 결정을 지난 3일 증시 마감 후 깜짝 공시했다. 주주들 대부분이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이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감자를 뒷순위로 보는 기류였기 때문이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도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된 지난 9월 “기존 주주의 감자 여부는 회사의 연말 재무 상태나 인수·합병(M&A) 재추진 등에 따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며 “현 단계에서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예상보다 빨리 감자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재무 개선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아시아나항공은 장기간의 적자로 재무 상태가 악화해 이대로라면 내년 초 상장 폐지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상장사는 매년 말 기준 자본금이 50% 이상 잠식되면 한국거래소가 관리 종목으로 지정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올해 6월 말 현재 56.3%로 이미 이 기준을 충족한다. 적자가 누적되며 주주가 낸 자본금을 까먹는 ‘부분 자본 잠식’에 빠진 것이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분기(4~6월) 화물 운임 호조로 깜짝 영업흑자를 냈으나 3분기(7~9월) 들어 다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자 채권단이 연내 감자를 마무리해 관리 종목 지정 우려를 없애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연내 감자를 완료하려면 주주총회 통과 절차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이사회에서 이를 결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규모 신규 자금 지원 전에 재무 부실을 털어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감자를 하면 줄어든 자본금만큼 감자 차익(자본 잉여금)이 발생해 장부상의 누적 적자(결손금)를 줄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 감자로 얻는 감자 차익은 7441억원에 달한다. 부분 자본 잠식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이다. 회사 측은 감자 기준일을 올해 12월 28일로 정해 연내 감자를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쟁점② 최대주주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화물 수송용으로 개조한 여객기에 짐을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감자의 방식이다. 소액주주들은 ‘균등 감자’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한다. 경영 실패와 재무 악화의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최대 주주인 금호그룹의 감자 비율을 다른 주주보다 더 높게 적용하는 ‘차등 감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구조조정 기업은 자본 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차등 감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에도 금호산업(002990)금호타이어(073240)의 대주주 보유 주식을 100대 1, 소액주주 주식을 각각 6대 1, 3대 1 비율로 줄이는 차등 감자를 단행했었다.

그러나 채권단은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인 금호그룹이 작년 4월 일찌감치 경영에서 손을 뗐고, 이후 회사의 매각 무산과 재무 악화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돌발 변수 탓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회사가 어려워진 것을 이미 경영권을 내려놓은 최대 주주의 잘못 때문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 “지금은 감자의 방식을 문제 삼을 것을 아니라 모든 주주가 책임을 나눠서 지고 회사를 일단 살려놓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이 아니라 정상 기업”이라며 “대주주의 지분을 더 많이 소각하는 차등 감자를 하기엔 모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향후 경영권을 재매각하거나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때 대주주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③ 균등감자가 소액주주한테 더 나빠?

지난달 13일 인천국제공항에 일본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액주주들이 균등 감자를 반대하는 것은 손실이 더 크다고 봐서다. 실제로 차등 감자보다 균등 감자가 개미 투자자에게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론적으로 감자 전과 후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예컨대 기존 주식 3주를 1주로 줄이는 감자를 하면 거래 정지 전 주가가 1만원인 주식은 거래 재개일 기준가격이 3만원으로 올라간다. 전체 주식 수가 3분의 1로 감소하는 만큼 감자 후 주식 가격은 종전의 3배가 되는 셈이다.

문제는 지분 희석 가능성이다. 최병철 창원대 세무학과 교수(회계사)는 “채권단이 감자를 하는 것은 단순 자본 잠식 해소뿐 아니라 향후 출자 전환(기존 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까지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며 “지금처럼 균등 감자 후 출자 전환을 하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이 대주주 차등 감자를 했을 때보다 더 많이 떨어져 불리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최대 주주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향후 채권단의 출자 전환이 이뤄지면 주식 수가 대거 증가해 소액주주가 주가 및 지분율 하락에 의한 투자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면 차등 감자의 경우 최대 주주의 지분율 하락만큼 소액주주 지분율은 올라가는 반사 이익이 발생해 채권단의 출자 전환 후에도 지분율 하락에 따른 손실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개미가 반대하면 어떻게 돼?

하지만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감자가 소액주주의 반대로 불발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은 편이다.

현행 상법이 기업의 재무 개선을 위한 감자의 경우 일반 감자와 다르게 주주 동의 요건을 완화해 적용하고 있어서다. 실제 적자(결손금) 보전 목적의 감자는 주주총회 보통 결의 사항으로, 총회 출석 주식 수의 50% 이상,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5% 이상 동의를 받으면 된다.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의 지분율은 30.79%(특수관계인 포함)다. 균등 감자가 보류되려면 2대 주주인 금호석유(011780)화학(지분율 11.02%)과 전체 소액주주(58.2%) 3명 중 1명 이상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감자 안건에 대거 반대표를 던져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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