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망령?…"18년간 많이 달라졌다"

WSJ 분석 "변동환율제 도입…통화약세가 오히려 충격 흡수"
은행 건전성 강화…차입도 단기보다 장기 많아
  • 등록 2015-08-27 오전 11:21:22

    수정 2015-08-27 오전 11:21:22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발 쇼크로 신흥국 신음이 커지면서 1990년대 후반 태국에서 시작돼 남미까지 번졌던 외환위기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상당한 교훈을 얻었고, 그때와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 만큼 이번엔 다르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신흥국의 통화약세는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오히려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97년만 해도 신흥국은 자국 통화를 달러화에 연동한 ‘페그제’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물가는 안정세를 보였고 투자자나 수출업체들도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었다. 정부와 기업들은 앞다퉈 금리가 싼 달러화 차입에 나섰고 외국인들도 달러 빌려주는 데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신흥국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서 페그제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달러 부족으로 달러화가 상승압력을 받자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헐어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였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나면서 결국 태국을 시작으로 필리핀, 말레이시아, 한국,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이 줄줄이 외환위기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1997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고통은 가중됐다. 신흥국 정부와 기업의 달러화 차입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달러화 가치 급등으로 기존 달러채무 상환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금리 더 얹어서라도 돈 빌리겠다는 수요에 한국과 태국의 단기 금리는 20% 이상으로 치솟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흥국은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월지는 외환위기로 신흥국들이 △외화 부채를 줄여라 △외환시장 자율성을 높여라 △외환보유액을 늘려라 △대규모 경상적자를 개선해라 △은행 감독과 해외와 정책 공조를 강화하라는 다섯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차이는 신흥국 대부분이 페그가 아닌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경기침체, 상품가격 하락 등에 따른 충격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선진국이 디플레이션으로 고민하고 있는 반면 신흥국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한자릿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고, 금리도 대부분 급등세는 아니다.

또 1990년대 이후 신흥국 은행은 보다 보수적이 됐고 규제도 심화했다. 이에 따라 자본건전성이 높아진 것은 물론이고 해외 차입보다는 예금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물론 지난 2008년 이후 미국의 초저금리로 신흥국 기업들이 일부 달러 차입에 나섰고, 최근 달러 강세로 채무상환 부담이 커지긴 했지만 채무구성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 단기 은행 대출이 아닌 장기 채권 발행을 통한 조달이기 때문에 상환부담이 분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은 아시아 주요국 트렌드에서 한발 비켜나 있긴 하다. 여전히 고정환율제를 고수하고 있고 2주 전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규모 자금유출을 촉발하면서 외환위기를 연상케 했다. 중국의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무수익여신은 당국 발표로는 자산의 1.5% 수준이지만 실제로는 이의 몇 배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은 3조7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어 투기수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고, 중국 은행은 대부분 국유은행이라 파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준다.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과거 외환위기 때만큼은 아니다. 1998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를 기록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도 각각 11%, 13% 뒷걸음질쳤다. 반면 올해 중국이 경착륙한다고 플러스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높다. 중국 성장률에 대해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한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도 중국이 올해 4%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신흥국 경제가 금융위기의 절벽에 서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경제성장이 지지부진할 수 있고 이번 위기로 각국의 한계가 노출된 만큼 향후 중국보다 이같은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월지는 분석했다.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이상으로 다변화하지 못했고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는 공공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치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동아시아의 고령 사회, 남아공의 낮은 학업성취도에 대한 문제의식 뿐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 걸쳐 부패와 과도한 정부 간섭이 공공 신뢰와 민간 기업활동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월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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