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 간이식 수술 20년…장기 생존 시대 활짝"

94년 국내 첫 생체 간이식 성공 9개월 환아 21살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
소아 10년 생존율 90% 접근, 세계 최다 3,713례?세계 최고 단기 생존율 97%
  • 등록 2014-12-16 오후 1:32:26

    수정 2014-12-16 오후 1:32:26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선천성 담도 폐쇄증을 앓고 있던 생후 9개월의 아기는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로 인해 간이식이 아니면 살려낼 방법이 없었다.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간 일부를 딸에게 떼어 주겠다고 결정했고, 1994년 12월 8일 18시간의 대수술 끝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죽음을 앞둔 아기에게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 옮겨주는 생체 간이식 수술이 20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이후 9개월 아기는 21살의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동안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온 간이식은 장기 생존율과 삶의 질을 보장하는 말기 간질환 최고의 치료법으로 완전히 정착될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소장 황신 교수)는 국내 최초 생체 간이식 20주년을 맞아 94년부터 최근 20년간 간이식을 받은 소아 환자 280명의 이식 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1년과 5년 후 생존율이 각각 94.9%, 90.6%로 나타났다.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도 무려 86.9%인 243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간이식 치료가 장기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본격적 궤도에 올랐다고 밝혔다.

또한 10년 생존자 243명의 건강 상태를 살펴본 결과, 재이식은 2건에 그쳤고 신장 기능의 저하를 보인 환자는 7%, 고지혈증 발생은 단 2.5%에 머무는 등 합병증은 극히 낮았다. 재이식 환자 역시 현재 건강하다. 더불어 심리적인 불안정과 심각한 학습장애를 보인 환자는 전혀 없어 이식 후 삶의 질 또한 일반인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신 소장은 “생후 1년 미만의 영아에게 간이식을 시행한다고 하면 부모들이 잘 살 수 있겠냐며 의문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의 소아 간이식 환자 중 현재 20년 생존자는 2명으로 내년이면 4명, 내후년이면 7명이 된다”며“이식 후 관리만 잘 하면 20, 30년을 넘어 평생을 살 수 있다. 간이식은 더 이상 생존율의 문제가 아니라 평생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치료법으로 확립되고 있다.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이다”고 말했다.

20년간 진화를 거듭한 수술 기법과 수술 전후 관리의 향상에 힘입어 현재 생체 간이식 세계 최다 경험(3,713례)과 최고 생존율(1년?97%)을 기록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이를 바탕으로 특히나 기대 여명이 50년 이상 남아있는 말기 간질환 소아 환자들의 정상적 삶을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장기 생존율의 현저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었다.

소아 간이식 성적이 안정기를 찾은 2003년 전후를 비교해 살펴보았을 때, 환자 생존율은 수술 후 1년은 86.4%에서 95.4%로, 5년은 79.5%에서 95.4%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향상된 생존율은 현재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다. 특히 2003년 이후 10년 생존율은 91.1%라는 놀라운 기록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생존율은 현재 세계 유명 소아간이식 센터들의 생존율(1년?90%, 5년?85%)과 비교했을 때에도 훨씬 높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세계 의사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는 미국 의학 커뮤니티 ‘업투데이트’(UpToDate)에서도 대표적 성공 수술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이번 분석에서는 눈에 띄는 것은 급성 간부전으로 이식 받은 소아 환자의 생존율이 매우 높아진 점이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간 기능이 갑자기 저하되는 급성간부전은

발병할 경우 3주 이내 사망률이 약 80%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급격하고 치명적인 질병으로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다. 이식 후 생존율 역시 60% 정도로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간이식 중환자 전문팀의 이식 후 집중치료와 환자 관리의 경험 축적 등을 바탕으로 88%라는 매우 높은 생존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국제간이식학회에도 보고된 바, 현재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은 급성 간부전 소아를 서울아산병원으로 바로 이송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소아일반과 김경모 교수는 향상된 장기 생존율 성과에 대해 수술 기법의 발전과 수술 전후 관리 향상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으며, 간이식외과 및 소아외과, 소아일반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유기적 협진 시스템 구축이 그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또한 김 교수는 2003년 이후로 새로운 검사기법 등을 도입해 고질적인 바이러스 감염을 예방 및 조기 치료 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요인이라고 전했으며, “현재 간에서 일어나는 부산물로 인해 장기가 손상되는 윌슨병 같은 대사성 질환에 대한 이식 후 생존율도 높게 나타나는 점을 고려해 보았을 때, 메틸말론산혈증과 같은 간외 대사성 질환에도 간이식 확장을 통해 희귀난치성 질환을 겪고 있는 환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간이식간담도외과 황신 교수는 “다양하고 어려운 성인 간이식 수술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소아 간이식에 적용해 수술 시 문제점과 합병증은 거의 없다”며 “기증자 간의 좌외측구역 절제로 아기에게 꼭 맞는 축소 간을 이식하고 있으며, 간정맥과 문맥 등의 혈관을 연결할 때도 녹는 실을 사용해 성장하면서 혈관이 커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소아 간이식 수술의 높은 안정성과 성공률을 자신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는 “94년 12월 생후 9개월의 아기에게 아버지의 간을 떼어 옮겨주는 생체 간이식 수술은 그간 많은 발전과 성과를 보였다”며 “기증자의 안전과 환자의 순조로운 회복을 위해 다양한 생체 간이식 수술 방법을 개발한 것과 함께,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해 수술 전 정확한 준비와 계획을 세워 온 것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수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수술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 “국내를 넘어 세계 의료계의 ‘생체 간이식 메카’로 자리 잡게 한 세계 최고 성공률은 무엇보다 단 한명의 환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지금까지 의료진을 믿어준 기증자, 환자 및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생체 간이식 20년의 감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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