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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시야를 가리는 건물 기둥은 하나도 없었다. 덕분에 매장 어느 곳에서나 시야가 확 트였다. 쇼핑몰에 들어왔다는 것을 잠시 잊고 스마트폰을 꺼내 주위 풍경을 담느라 바빴다. 지갑을 매만지며 쇼핑에 나선 건 한참 뒤였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 시에 위치한 복합쇼핑몰 ‘유니버시티 타운 센터(University Town Center, 이하 UTC)’에 대한 첫 느낌이다. 매장보다 해변을 형상화한 주위 환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쇼핑몰이 아닌 실내 공원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했다.
◇“쇼핑몰이 아닌 휴식·체험·놀이 공간”..체류시간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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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연 채광을 매장 내부에 들이는 것은 쇼핑몰의 ‘금기’로 통한다. 고객이 창문으로 시간이 지났음을 확인하고 매장을 빨리 떠난다는 오랜 연구결과 때문이다. 하지만 터브먼은 이 불문율을 깨고 자연채광을 매장에 적극적으로 들였다. 풍부한 자연광이 고객을 오히려 행복하게 만들어준다고 여겨서다.
그 결과 터브먼은 고객들의 쇼핑몰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효과를 얻었다. 워터사이드 몰의 평균 체류시간은 1시간30분이다. 미국 평균(45분)의 2배다. 늘어난 체류시간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지난 3월 각 사에서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터브먼 사의 1제곱피트 당 매출은 790달러로 경쟁사 중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마세리치의 625달러를 크게 웃돈다.
영업면적 4만722㎡(1만2318평)에 125개 매장이 모인 거대한 몰이지만 동선은 단순했다. 터브먼 사는 메인 통로를 중심으로 양 끝에 주요 매장(미국 유명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와 딜라즈(Dillard’s))을 배치해 방향을 찾는 데 어려움을 줄였다. 또 시야를 가리는 기둥이 없어 현 위치를 금방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 터브먼+신세계..‘스타필드 하남’에 집약
국내에서는 신세계그룹이 복합쇼핑몰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물건만 싸게 팔아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소비자를 불러모으기 위해서는 특별한 ‘경험’이 필수적이다.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생각을 담았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오는 9월 경기도 하남에 오픈하는 ‘스타필드 하남’이다. 미국 쇼핑몰 사업을 주도해온 터브먼과 손을 잡았다. 66년간 복합쇼핑몰을 개발해온 터브먼사의 노하우와 70년간 한국 유통시장을 견인해온 신세계의 합작사업이다.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터브먼이 지닌 서구식 디자인과 신세계의 한국 시장에 특화된 전문성이 융합한 사례”라면서 “두 회사의 전문지식이 모여 전 연령대의 한국 국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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