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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뉴욕=안승찬 특파원] “인수가 아니라 투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메모리 인수 계약 체결 후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인수전 초기부터 일관되게 ‘상생’을 얘기했던 그는 이번에도 ‘점령군’이 아닌 ‘동반자’로서의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6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시바메모리 인수는) 돈을 주고 산다는 개념이 아니라, 도시바 측에 반도체업계가 좀 더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잘 얘기해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시바는 지난 28일 SK하이닉스(000660)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메모리 사업부문(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일 연합의 총 인수 금액은 2조엔(약 20조원). 총 3950억엔(약 4조원)을 투입하는 SK하이닉스는 1290억엔은 전환사채(CB) 방식으로 투자해 의결권 지분율을 최대 15%까지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최 회장은 이날도 “다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돈을 내려면 돈을 낼 조건이 다 맞아줘야 하는 데 아직 돈을 쓴 것이 아니다”라면서 “계약이 다 이뤄지려면 국가에서 허락도 해야 하고, 법정 투쟁(웨스턴디지털·WD)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선정하는 올해의 ‘밴플리트상’ 수상자로 선정된 걸 기념해 이번 행사에 초대 받아 참석했다. 밴플리트상은 한국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고(故)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으로, 코리아소사이어티가 매년 한국과 미국의 관계 개선이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수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