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9일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졸업 유예 실태와 노동시장 성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졸자 중 17.9%가 졸업 유예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군 복무로 졸업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남성 쪽에서 졸업 유예 비율(20.8%)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여성은 14.0%만 졸업 유예 경험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상위 10개 대학의 졸업 유예율이 31.0%로 전체 평균보다 13.1%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상위 11위 이하 대학(15.9%)보다는 15.1%포인트나 높았다.
계열별로는 공학계열 졸업 유예율이 22.2%로 가장 높았고, 사회계열(17.8%)과 인문계열(17.3%)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토익 성적이나 인턴 경험 등 소위 ‘스펙’을 중심으로 구직자를 뽑는 기업의 채용문화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졸업 유예자의 토익 성적은 789점으로 일반졸업자(754점)보다 35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졸업 유예자의 인턴 경험 비율(17.5%)도 일반졸업자(13.8%)보다 높았다.
그러다 보니 졸업 유예자가 일반졸업자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낮고, 월평균 임금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 비율은 졸업 유예자가 27.7%, 일반졸업자가 33.4%로 집계됐다. 월평균 임금도 졸업 유예자(221만원)가 일반졸업자(195만원)보다 26만원 더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졸업 유예가 취업의 질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는 토익 성적과 인턴 경험에 비춰 볼 때 대학생들이 졸업 유예기간에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기술적으로 향상시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양 위원은 “졸업 유예가 계속 증가하면 노동시장 진입이나 학비 지출을 높이는 사회적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스펙 위주의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 실무능력·경력 중심의 채용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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