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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은 심하게 요동치며 말 그대로 격동의 시간을 보냈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 뉴욕 증시는 1970년 이후 52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15.31%, 20.58%, 29.51% 폭락했다. 나스닥지수에 이어 S&P500지수까지 전고점 대비 20% 이상 빠지는 공식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했다.
원자재 가격의 전반적인 추이를 나타내는 ‘리피니티브 코어코모디티 CRB’ 지수는 올해 1~6월 무려 29% 뛰었다. 2008년 상반기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같은 기간 블룸버그 채권지수는 11% 하락해 상반기 기준 1990년 이후 낙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회복기(수요 급증)와 우크라이나 전쟁(공급 악화)이 맞물리면서 국제 에너지 가격은 천정부지 치솟았다. 올 상반기 평균 국제유가(두바이유)는 배럴당 101.8달러로 지난해 63.5달러보다 60% 올랐다. 액화천연가스(LNG) 국제시세도 Mmbtu당 9.5달러에서 31.2달러로 229% 급등했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서면서 긴축 속도 역시 수십년 이래 가장 빠른 수준을 기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3월과 5월, 6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5%포인트 올렸다. 각각 0.25%포인트, 0.5%포인트, 0.75%포인트로 인상폭이 점차 확대됐다. 연준이 상반기에 1.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1984년 이후 처음이다.
유럽 국가들의 물가상승률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ECB는 이번 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할 예정이다. 9월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 중에서 유일하게 저금리·금융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장기금리(국채 10년물) 격차는 지난해 말 1.4%에서 최근 2.9%까지 벌어졌다. 상반기 기준 35년 만에 최대폭이다. 이에 따라 미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24년 만에 최저치인 1달러당 137엔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올 상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은 경제구조의 장기적 전환이 이뤄지는 과정, 즉 저인플레이션·저금리 시대가 저물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진단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달 29일 “세계 경제가 저인플레이션 환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예측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미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피하기 어렵다. 인플레이션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60%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