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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야성적 충동이 발휘되어야 다른 경제주체들도 자신감을 가져 결국 경제도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야성적 충동은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야성적 충동은 인간이 합리적 판단을 떠나 기회와 이익 앞에서 과감하고도 때로는 직감에 따라 투자에 나서는 심리를 말한다. 조지프 슘페터가 말하는 기업가 정신과도 같은 뜻이다.
마침 비슷한 시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이탈리아 밀란 강연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다시 활발해지지 않는다면 유로존 경제는 앞으로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경제구조 개혁과 재정부양, 통화완화 정책이 함께 손잡고 가자고 촉구했다.
◇ 유로존·日, 투자부진에 발목..각국 ‘기업 돈풀기’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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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회복하기 위해 기업들이 쌓아만 두고 있는 현금을 투자로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각종 세금 감면과 기업관련 규제 철폐 등 친(親)기업 정책으로 일찌감치 경기를 회복시킨 미국과 영국을 논외로 하더라도 최근 일본은 엔화가치를 낮추고 법인세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으로 기업들이 현금을 배당과 임금 인상에 풀도록 유도하고 있다.
ECB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해주기 위해 기업의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직접 매입해주는 소규모 양적완화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 역시 중소기업이나 특정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대출 확대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있긴 하지만 우리 정부가 도입한 기업소득 환류세제 역시 소극적으로나마 기업 현금을 배당이나 임금 인상 등으로 돌리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 주주에게만 돈 풀어봐야..투자환경 개선이 급선무
이같은 정책은 일부 효과를 내고 있다. 일본 상장기업들은 올 상반기에 전년대비 10% 늘어난 3조1700억엔(약 31조원)을 배당으로 풀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미국 기업들도 최근 1년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2410억달러를 풀어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또 전문분석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규모도 3조5100억달러(약 3652조원)로 지난 2007년 이후 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기업이 배당이나 자사주를 취득해봐야 특정 주주들 배만 불리는 만큼 이보다는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리엄 라조닉 매사추세츠대학 경제학 교수는 “ 기업들은 지난 2003년부터 10년간 수익의 54%를 자사주 취득에, 37%를 배당에 각각 쓴 반면 투자와 직원 채용 등에 쓴 돈은 10%가 채 안된다”며 “이는 회사나 전체 경제 성장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지난달 연구 보고서를 통해 “기업들은 금리보다는 이익과 주가에 따라 투자를 늘리거나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통화완화 등 직접 돈을 푸는 정책보다는 세율 인하와 규제 완화, 노동정책 개혁 등 기업들이 직접 돈을 벌 수 있는 투자 환경을 개선해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